[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서해 5도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으로 조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다로 조업을 나가도 GPS가 교란돼 배의 위치가 북방한계선(NLL) 위로 월선한 것처럼 표시되고, 해도에서 어구를 찾을 수 없어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인천 연평도에 사는 박태원(63)씨는 3일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 “최근 남북관계 갈등이 고조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최근 발생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관련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대북전단 살포와 군사행동 중단 조치도 촉구했습니다.
박씨는 “지난 1월에도 NLL 일대에서 남북의 사격훈련 맞대응으로 서해 5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2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NLL을 국제법적 근거도 없는 유령선이라 지칭하면서 강경대응을 예고했는데, 불안한 건 4일 또다시 연평도와 백령도 일대에서 해상사격훈련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 연석회의 회원들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간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탈북민단체들의 대북전단과 물품 살포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1000여개의 오물풍선을 살포하며 맞대응했습니다. 북한은 전날 오물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고 했지만, 대북전단 살포가 재개된다면 다시 오물풍선을 집중 살포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에 합동참모본부가 4일 서해 해상사격훈련에 대한 항행경보를 내리면서 해상군사훈련을 예고했고, 북한이 GPS 전파 교란에 나서는 등 서해지역 일대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과 우려도 커진 상황입니다.
연석회의 회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나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등은 오히려 접경지역 위기를 군사 충돌로 비화시키는 조치”라며 “적대가 적대를 부르고 강경대응이 강경대응을 낳으면서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서로를 자극하는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북전단 살포에 주민 불안감 ↑
파주 주민인 김민혁(26)씨는 “지난달 28일 심야에 큰 경고음과 함께 위급 재난문자가 날아왔다. 긴급문자 알람에 아파트 단지 카톡방과 친구들은 ‘무슨 전쟁이라도 난 건 아닌지’ 깜짝 놀랐다”며 “대남 풍선이 다수 떨어진 접경지역인 파주 시민들은 요즘 같은 때 더 큰 걱정을 안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일부 탈북자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중단돼야 한다고 요청해왔는데, 결과는 수십배가 넘는 대남전단이 돼 돌아온 셈”이라며 “파주 시민은 안전한 일상과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원한다. 대북전단 살포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고, 우리 정부도 같은 달 일부 효력 정지 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려면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해야 합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