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제재 기준이 강화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IT 기업 등과 행정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소송수행 예산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액한 4억2000만원까지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개보위가 역대 최대인 151억원의 과징금을 카카오에 부과하면서 업계는 이용자의 정보 보호 강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이에 개인정보보호 관련 국내 최대 규모 행사에 기업의 개인정보보호 책임자 등이 몰려들었습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PIS FAIR 2024에서 참가기업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개인정보보호 전문 컨퍼런스인 ‘개인정보보호페어& CPO 워크숍(PIS FAIR 2024)’이 개보위 주최로 4일 개막했습니다. 행사는 4일부터 5일까지 양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됩니다. 개보위 측은 각 기관의 개인정보보호책임자 및 기업 관계자 총 38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행사 시작 전부터 참가 기업의 부스에 사람들이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해당 행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 지난 2011년부터 개최됐는데요. 올해 ‘AI, 신뢰를 넘어 데이터 가치를 열다’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에 대한 전문가 강연과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강연에는 해킹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파일에 암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최상명 스텔스몰 인텔리전스 CIO는 기조연설을 통해 “G사(골프존)에서 대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장 큰 원인은 ‘암호 없는 파일’이다”라며 “‘통합 회원’ 엑셀 파일은 유출이 됐음에도 암호를 걸어놓은 덕분에 개인정보까지 유출되지 않았다. 정보를 보관할 때 반드시 암호화를 하거나 비밀번호를 거는 등 유출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내 스크린골프 업계 1위인 골프존은 지난해 11월 221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면서 7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과징금 액수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요. 6만5000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카카오가 151억여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면서 기록이 깨졌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과징금 상한액을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 3%에서 전체 매출액의 3%로 상향했습니다. 다만 최대 과징금을 기록한 카카오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시행 이전의 기준이 적용됐습니다.
잇따른 개보위의 과징금 철퇴에 IT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는데요. 이 같은 인식을고려한 듯 고학수 개보위 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연내에 6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기업의 추가 규제로 인식되는 것은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다”라며 “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새로운 프라이버시 이슈를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기업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다만 업계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골프존 당시에도 많이들 놀랐는데, 카카오의 사례를 보니 앞으로 과징금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해도 유출의 위험에서 100% 안전할 수 없기에 보험과 연계를 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