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지난달 25일 아침.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는 운동복 입은 사람으로 가득했습니다. 이 날은 승일희망재단이 국내 최초 루게릭병 등 중증근육성 희귀질환자를 위한 루게릭요양병원 건립 후원을 위해 마련한 '미라클365 X 아이스버킷챌린지 런 in 제주'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참가자와 봉사자 약 450명이 참여한 미라클365 행사에선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건립 후원금 10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네오플 임직원도 병원 건립에 힘을 보탰습니다.
미라클365는 해안 도로 코스 달리기와 쓰레기 주우며 뛰는 '신양해변 플로깅', 루게릭병을 이해하기 위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으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행사에 참여한 임직원들 사이에선 "늘 마음 속으로만 응원하고 있던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의미 있는 기부 캠페인에 함께 할 수 있어 뿌듯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네오플 소속 정다운 씨는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후원하는 회사의 취지에 공감하며 참여할 수 있어 뿌듯하고 특별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변인재 씨도 "환우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사에 팀원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오래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라클365 X 아이스버킷챌린지 런 in 제주'에 동참한 네오플. (사진=넥슨)
국내 최초 루게릭요양병원 건립
네오플과 승일희망재단의 인연은 지난해 네오플이 루게릭요양병원의 건립비 20억원을 기부하며 시작됐습니다. 국내 최초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은 승일희망재단이 2011년 설립된 직후 추진해 온 사업인데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착공이 지연되다 지난해 12월 첫 삽을 떴습니다.
네오플은 병원 착공식에서 "전문적인 의료 지원과 간병, 돌봄 서비스가 절실한 중증 희귀질환 환자들과 가족들이 보다 건강하고 안정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병원 건립에 동참했다"고 밝혔습니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은 신체 근육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희귀질환으로, 발병 2~3년 사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병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루게릭병 환자는 4700여 명에 달합니다. 요양병원은 전국에 5000여 곳이 있지만, 루게릭병 환자의 입원이 어려운 곳이 대다수로 알려졌습니다. 루게릭병을 비롯한 중증희귀질환 환자 전문 시설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루게릭요양병원은 올해 12월 문을 엽니다. 연면적 4995㎡(약 1511평)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76개의 병상과 재활치료시설을 갖출 예정입니다. 네오플과 승일희망재단은 환자 개인이 짊어져야 했던 의료적·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루게릭요양병원 조감도. (사진=승일희망재단)
제주 아동·청소년 지원도
네오플의 사회 공헌 사업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시작은 2010년 비영리 공익법인 '아름다운가게'의 소외 아동 정서 지원사업을 위한 사내 바자회 성금 기부였습니다.
지난 2015년 네오플이 제주도로 사옥을 옮긴 뒤로는 소외 계층을 위한 사회 공헌 사업을 펴고 있습니다.
네오플은 저소득 가정 아동·청소년이 경제 부담을 덜고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협력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시작한 '튼튼새싹 반찬 더하기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죠. 네오플은 제주시와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와 업무 협약을 맺고 결식 우려 아동 100명에게 1년 간 영양가 높은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비 2억8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는 국가의 아동 자산형성 지원사업 '디딤씨앗통장' 후원으로 취약 계층의 아동이 사회 진출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디딤씨앗통장은 가입 아동이 만 18세 전까지 매월 5만원 이내 금액을 저축하면 국가가 저축액의 두 배를 적립해 주는 사업인데요. 네오플은 가입 아동 1인당 5만 원을 2027년까지 후원합니다. 누적 후원 금액은 9년 간 총 13억5000만원에 달합니다.
어린이가 질병이나 장애로 좌절하지 않는 환경 조성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오플은 2021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제주도지회와 손 잡고 도내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1억62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당시 지원으로 도내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 환자 아홉 명이 비급여 항목 치료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고, 언어 및 인지 교육을 받으며 정규 학습의 부재로 인한 공백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엔 서귀포시 장애 아동들이 정보기술(IT) 교육을 받을 수 있게 기자재 마련에 필요한 기금 20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백혈병 소아암 환아 지원 기념 사진. (사진=넥슨)
게임사 최초 장애인 첼로 연주단 '앙상블 힐' 창단
사회 공헌은 음악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1월 네오플 대표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연중 최대 축제 '던파 페스티벌' 이 4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렸는데요. 대미를 장식한 던파 콘서트는 네오플이 창단한 장애인 첼로 연주단 '앙상블 힐'이 열었습니다. 앙상블 힐은 게임사 최초 장애인 첼로 연주단입니다.
네오플 관계자는 "보다 나은 장애인 고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향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업을 통해 발달장애인 연주단을 만나게 됐고, 단원들을 직접 고용해 지난해 6월 앙상블 힐을 창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앙상블 힐은 중증 장애를 가진 첼로 연주자 일곱 명과 피아노 연주자 한 명으로 구성됐는데요. 이들의 목표는 '누구라도 자신의 재능을 찾아 전문성을 키울 수 있으며, 이러한 모든 노력을 격려하고 응원한다'는 뜻을 전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앙상블 힐은 창단 후 서울 코엑스에서 매월 한 차례씩 정기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지역 사회복지관, 특수학급이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힐링 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게임사 최초 장애인 첼로 연주단 '앙상블 힐'. (사진=넥슨)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공헌 활동 지속
이 밖에도 네오플은 제주도 내 범죄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기금 기탁, 도내 장애인 복지시설 차량 지원, 조손가정 위탁아동 주거 환경 개선 및 교육비 지원, 편의점 브랜드 CU와 협력한 친환경 종이봉투 지원 사업 등 제주 지역사회 공헌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네오플은 앞으로도 지역 관계 기관과 적극 협력해 지원을 이어 갈 계획입니다. 윤명진 네오플 대표는 "'아동' 이라는 키워드에서 시작한 네오플의 공헌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건 모두 유저 분들의 사랑과 응원 덕분"이라며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누리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며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전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