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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포트폴리오를 통한 금융지주 간 리딩금융 경쟁이 치열하다. 비교적 자산 규모가 큰 증권사와 보험사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시스템 개발까지 계열사 내에서 자체 생태계를 꾸려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IB토마토>는 인수·합병(M&A)으로 계열사 빈자리를 메우고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등 두뇌 싸움이 한창인 금융지주의 자회사 운용 현황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KB금융(105560)이 비은행 자회사 실적 성장으로 '이자 장사' 오명을 씻어 냈다. 부동산 경기 악화 등 경기 전반이 침체된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주요 자회사인 은행 실적이 반 토막 났지만 비은행 자회사 실적 개선에 힘입어 리딩금융 탈환을 노리고 있다.
KB금융지주 본사. (사진=KB금융지주)
비은행 자회사 효자 노릇 '톡톡'
7일 KB금융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자회사는 11개다. 지난해 12개에서 1개 법인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KB신용정보가 KB국민카드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KB금융의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로 거듭났다.
KB신용정보의 자리 이동은 KB금융그룹의 건전성 관리 차원이다. KB신용정보는 지주 내에서 그룹 내 채권추심 경쟁력 강화를 과제로 운영돼 왔다. 그룹 내 연체관리 컨트롤 타워로 여신과 카드채권을 중심으로 비용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역할을 맡았다. KB신용정보의 법인 소개에서 카드 채권관리가 있을 정도로 KB국민카드의 연체 채권의 회수를 도맡아 하고 있다. 연체율을 중심으로 한 건전성 지표 악화를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다.
자회사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법인 수는 줄어들었으나, 실적에는 영향이 없다. 비은행 법인 실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KB금융에 따르면 1분기 주요자회사 지배기업주주지분순이익은 1조1386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28.3% 감소했다. KB금융의 자회사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한 이유는 주요 자회사인 KB국민은행 때문이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대한 자율배상을 결정하면서 충당부채를 선제적으로 비용처리했다. 국민은행의 1분기 충당부채 규모는 8000억원에 달한다.
충당부채 영향으로 국민은행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3895억원으로 전년 9315억원 대비 절반이 넘는 58.2%나 줄었다. 국민은행의 실적이 감소하면서 지주 실적도 깎였으나, 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자회사 당기순익은 전년 대비 성장했다. 부동산 경기악화로 KB부동산신탁 KB인베스트먼트의 실적이 크게 축소됐으나 주요 대형 자회사의 실적이 오른 덕분이다. 국민은행의 실적을 제외한 비은행 법인 당기순익은 7491억원으로 전년 동기 6565억원 대비 14.1% 증가했다.
퀀텀점프를 기록한 자회사도 KB증권과 KB국민카드, KB캐피탈로 등 세 곳이다. 이 회사들은 각각 40.8%, 69.7%, 31.1%의 당기순익이 늘어나는 등 30%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이외에도 KB손해보험과 KB자산운용도 실적이 호전됐다. ELS 관련 충당부채의 영향이 없어진다면 다시 리딩금융을 노리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당기순익은 평년 대비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라면서 “2분기부터는 본격적인 리딩금융 경쟁에 다시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사부터 사업 다각화까지 총력
KB금융의 자회사 실적 호전은 지주 차원의 지배구조 변화와 인사에 회사 간 시너지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부임 후 KB금융은 핵심사업 영역을 강화하고 동시에 미래사업을 추진하는 전략을 세웠다. 계열사별로 성장전략을 재정비하고, 은행뿐만 아닌 비은행 계열사 선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회사별 맞춤 인사와 전략은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KB증권의 경우 투자금융(IB)과 자산관리(WM) 부문에 각자대표를 두고 있으며, 올초 WM전문가 이홍구 부사장을 WM부문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 내정 후에는 WM부문 조직과 인사 개편도 단행했다. 대표 직속으로 '고객솔루션총괄본부'를 신설하고 WM 서비스와 고객수익률 관리를 강화, 상품 및 솔루션 제공 등을 맡겼다. 초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PB본부(GWS본부)와 지역본부를 통합하는 등 영업력도 강화했다.
이에 힘입어 1분기 KB증권의 WM 금융상품 자산은 55조2000억원으로 3개월만에 4조2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탁수수료도 1061억원에서 1967억원으로 늘었다. WM 분야를 중점으로 한 조직개편과 상품 강화가 실적까지 이끌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 수익도 확대됐다.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과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개인거래대금이 증가하고 리테일 채권 등 금융상품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KB국민카드도 업계 내 2위를 다투며 실적에 보탬이 되고 있다. 국민카드는 카드사 본연의 업무뿐만 아니라 보험대리와 여행, 쇼핑등의 생활서비스 등 비카드 영역으로 다리를 뻗으면서 영업자산 확대를 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민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3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가량 증가했다. 신용판매수익은 4667억원으로 300억원 넘게 성장했고, 기타수익의 경우에도 2586억원으로 소폭 규모를 키웠다. 유실적 회원을 키우고 영업비용 효율화를 통한 이익창출력 강화가 실적 성장의 기반이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과제도 있다. KB부동산신탁와 KB인베스트먼트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신탁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비우호적인 상황이 지속되자 대손충당금 적립에 대한 압박이 커져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었다. 올 1분기 당기순손익은 469억원으로 1년 만에 187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KB인베스트먼트도 같은 기간 적자 전환해 1분기 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B인베스트먼트의 손실은 코스닥 시장 하락이 주효했다. 코스닥 시장 하락으로 보유 상장주식 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6월 기준 KB인베스트먼트의 상장주식 포트폴리오 주가는 대부분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엑시트(투자회수) 기회를 확보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관계자는 <IB토마토>에 “KB금융은 투자운용, WM, 보험, 글로벌 등 4대 영역에서도 고객과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자회사 실적 개선은 그동안 그룹 핵심 사업부문에 대한 경쟁력 강화와 M&A를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 노력의 결실로 본다”라고 밝혔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