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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미술과 과세미술 사이
입력 : 2024-06-20 오후 3:42:39
 
미술이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
 
누군가 벽에 휘갈긴 낙서가 진실이 되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미술이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사진)는 말이 이루어진 겁니다. 미술품은 투자자의 돈이 됩니다.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미술품 투자는 온라인 미술품 판매나 조각투자 활성화와 함께 대중성을 얻었습니다. 이미 2022년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고, 여전히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술품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인 이유 중 하나는 세금이 거의 붙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내 작가의 작품은 양도일 기준으로 작가가 살아있다면 그림 가격에 관계없이 면세입니다. 사망한 국내작가나 해외작가의 작품도 양도가액 6000만원 이상일때만 22% 과세 대상입니다. 5900만원짜리 고가 미술품도 양도소득세는 0원입니다. 양도가액이 6000만원을 넘어도 1억원까지는 90% 면세되고, 1억 초과분도 80%는 면세입니다. 게다가 보유 기간 10년 이상이면 금액에 상관 없이 필요경비(면세분)를 90%까지 인정합니다.
 
투자자가 중심이 된 면세미술의 세계에서 미술은 돈이 됩니다. 그런데 그림을 팔면 사업소득세 3.3%를 내는 작가들의 세계에서 미술은 여전히 '돈'이 되지 못합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우리 모두가 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조차 전업작가로는 활동하지 못했다고 하죠.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에 한번 하는 예술인실태조사를 보면 예술활동으로 연 2000만원 이상 수입을 얻고 있는 작가는 전체의 0.3%에 불과합니다. 조사에 참여한 미술인의 예술활동 개인 수입은 연평균 487만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월이 아닌 연입니다. 
 
미술품 시장은 점점 커져가는데 여전히 대다수의 미술작가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입니다. 미술품의 자본화는 일종의 양극화로 이어집니다. 미술품이 '투자'의 대상이 될수록 이미 유명한 작가의 작품에 관심이 모일 겁니다. 아트페어와 화랑 역시 그런 작가들 중심으로 홍보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새롭게 진입하거나 아직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작품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술품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을 버릴 수는 없겠지만 보다 가볍게 미술을 즐기고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민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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