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제조업 수출 호조세와 함께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하반기 첫 달부터 '먹구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내달 국내시장판매, 수출, 생산수준, 투자액, 채산성이 줄줄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달 선방한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조선·화학 분야와 달리 7월부터는 반도체·휴대폰·자동차·조선·섬유 등 다수 업종의 하락세를 예견하고 있어 하반기 업종별 편차가 클 전망입니다.
23일 산업연구원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조사' 결과를 보면 7월 제조업 전망 서베이 지수(PSI)는 7개월 연속 기준치를 상회한 110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산식에 따라 정량화한 PSI 지수(0~200 범위)는 100을 기준치로 200에 가까울수록 '개선', 0에 근접할수록 '악화'를 의미합니다.
23일 산업연구원의 '7월 제조업 전망 서베이 지수(PSI)' 결과를 보면 내달 국내시장판매, 수출, 생산수준, 투자액, 채산성이 줄줄이 하락할 전망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반기 경기 전망 '불안감'
내달 전망은 기준치를 상회한 수준이나 6월 지수인 114보다 4포인트 하락하면서 하반기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국내시장판매를 의미하는 내수(102)도 전월에 이어 7포인트 추가 하락한 데다, 수출은 전월보다 6포인트 줄어든 119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내달 생산수준도 6월(117)보다 3포인트 하락한 114를 기록하는 등 생산성 하락이 예상됩니다.
투자액·채산성은 4포인트씩 하락하는 등 각각 104, 111에 그쳤습니다. 업황 부문별로 보면 123을 기록한 정보통신기술(ICT)과 소재 부문(109)이 기준치를 상회한 반면, 기계 부문(98)은 기준치 하회로 전망이 어둡습니다.
그나마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는 ICT 부문은 5월 133을 기록한 후 6월(126)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 전망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화학·디스플레이·가전·섬유 등의 업종이 기준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휴대폰, 기계, 철강 등은 기준치 하회로 부진이 예상됩니다.
특히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 전월보다 18포인트 급감한 167을 예상했습니다. 버팀목 역할을 하는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의 경우 전월보다 11포인트 추락한 100을 기록하는 등 업종별 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자 분야 중 휴대폰 부문은 기준치를 하회한 89로 11포인트 급감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조선·섬유는 각각 6포인트 하락 전망을, 화학의 경우 -2포인트가 빠진 변화 폭을 내다봤습니다.
지난 20일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공개한 '2024년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를 보면 하반기 경기전망 호전을 예상한 중소기업은 12.0%에 불과했다. (사진=뉴시스)
중기도 '냉가슴'…내수 부진·침체 우려
문제는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하반기에도 녹록지 않다는 점입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공개한 '2024년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를 보면 하반기 경기전망 호전을 예상한 중소기업은 12.0%에 불과했습니다.
하반기 애로 요인(복수 응답)은 원자재 가격 상승(40.8%)을 가장 많아 꼽았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40.8%)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하반기 최우선 경영전략으로는 비용절감·구조조정 등 경영 내실화(27.0%)가 가장 많았습니다. 경영 리스크 관리(20.2%)도 뒤를 이었습니다.
내수경제 예상 회복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올해 회복'을 예상한 기업이 8.8%에 불과했습니다. '2026년 이후'는 절반 이상(54.8%)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21일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부동산PF 관련 보고서를 통해 "PF 문제의 근본 원인은 사업주체가 극히 적은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제3자의 보증에 과도하게 의존해 총사업비 대부분을 부채로 조달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KDI)
건설투자 긍정?…"올 건설수주 -8% 예상"
침체 늪에 빠진 건설 경기도 하반기 회복 가능성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서 정부는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를 통해 1분기 건설수주(41.9%), 건축허가면적(4.0%) 등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며 향후 건설투자에 긍정적 요인을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건설사업의 수익성 악화는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연구원 연구위원은 '2024년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세미나'에서 "시장 여건 변화에 따른 사업성 변동 여파를 정부 정책 등으로 상쇄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전년보다 -8% 수준의 건설수주 감소 폭을 예상한 바 있습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해 PF 중심으로 이뤄지는 건설사업의 수익성 악화는 지속된다"며 "건설시장은 B2B와 B2C 특성을 모두 가지는 등 생산측면의 자극을 통한 수요증진, 즉 인위적 반등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주택시장의 수요부진이 지속되면서 주택공급 등 사업추진환경의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역별 양극화의 심화는 업황 개선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보고서를 통해 "시행사들은 일반적으로 총사업비의 3%만 투입하고 97%는 빚을 내서 사업한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부동산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이 30~40% 수준으로 높다"며 "자본확충 규제(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제3자 보증은 폐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