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연임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사퇴 선언만이 남은 상태인데요. 이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사법 리스크를 비롯해 사당화 논란, 개딸 프레임, 중도층 비호감 등입니다.
①사법 리스크
이 대표가 맞이하는 최대 도전은 '사법 리스크'입니다. 검찰이 이 대표를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하면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는데요. 4개 재판을 동시에 받는 사상 초유 야당 대표가 됐을 뿐 아니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에서 인정된 대북송금 관련 사실은 '제3자 뇌물수수죄'라는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대표로선 '마지막에 온 가장 큰 사법 리스크'인 셈입니다.
이 대표는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수원을 오가며 재판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당무는 물론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과 본회의 출석 등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데요. 재판 결과에 따른 리스크도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은 그의 조급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만약 이들 사건 중 1개라도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포함,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대선 출마 자격도 상실합니다.
민주당은 당대표 사법 리스크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맞춤형 개정'이라는 비판 속에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를 폐지하기로 했고 '방탄 법안'도 연이어 발의했습니다.
'대북송금 특검법'(김성태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등 진상규멍을 위한 특별검사법)이 대표적입니다. '대북 송금 사건'을 검찰이 조작했다며, 이 사건의 수사 검사를 수사하는 특검(특별검사)법인데요. 이제는 '검사 탄핵'이란 초강수까지 뒀습니다. 탄핵소추 대상으로 삼은 검사는 4명으로,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대북송금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한 간부급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②사당화 논란
'친명(친이재명) 일색'으로 재편된 민주당은 '사당화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찐명'(진짜 친이재명계) 박찬대 원내대표의 '단독 추대'는 민주당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원내대표 단독 추대'는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쓴 이후 처음입니다. 곧이어 이 대표가 국회의장 경선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 자신도 8월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추대' 수순인데요. 경쟁 후보가 나오더라도,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어 '구색 갖추기'가 될 예정입니다. 그는 그에 최고위원들의 '설득'을 구실로 '사당화 방지' 규정을 14년 만에 삭제하면서 '연임 족쇄'를 풀었습니다.
민주당은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때, 1년 전 사퇴하도록 한 당헌에 예외 조항을 두면서 사문화한 겁니다. 이로써 이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해 의회와 지방 권력을 독점한 뒤, 곧장 대선으로 직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권·대권을 양손에 쥔 '이재명 일극 체제'가 완성된 겁니다.
③개딸 프레임
이재명 일극 체제 이후 민주당은 '개딸'(개혁의 딸) 프레임에 갇혔습니다. 이 대표는 총선 정국에 비명계 의원을 공격하는 강성 팬덤을 통제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영향력을 키우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강성 당원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의 당내 기반은 강화됐습니다.
'이재명 시즌2'도 강성파의 전횡이 불가피한데요. 이 대표가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합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 대표적입니다. 국회의장 경선에서 우원식 의원이 승리하자 이에 반발한 당원들이 집단 탈당했고,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원내대표 선출과 '무당직'인 국회의장까지 당원 의견을 20%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보조를 맞추듯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 재판 심리를 맡은 신진우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서명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친명계도 동조했는데요. 급기야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에서는 '명비어천가'(이재명+용비어천가) 울려 퍼졌는데요. 회의에 처음 참석한 강민구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며 "이 대표님께선 집안의 큰 어른"이라고 말했습니다.
④중도층 비호감
'개딸' 프레임은 고스란히 중도층 이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4·10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22대 국회 초반부터 정부여당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당 지지율은 되레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했습니다. 비호감이 강화하면서 이 대표가 주장하는 '대중정당'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14일 공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11~13일 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27%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중도층 지지율이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하락한 26%를 기록했습니다. 4월 마지막 조사에서 중도층 지지율이 한때 33%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부진한데도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건, 이 대표 리스크가 크게 작용했을 거란 게 중론입니다. 21일 공표된 <한국갤럽> 조사(18~20일 조사·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에서 이 대표는 중도층을 대상으로 한 '비호감도 조사'에서 한동훈(61%)과 홍준표(60%)에 이은 3위(59%)를 차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