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는 공사비로 인해 정비사업 현장뿐 아니라 공공 인프라 건설현장 곳곳에서 공사를 멈추고 있습니다. 기존 공사비 상승의 주된 요인이었던 인건비 외에 최근 2~3년 간 고금리와 전쟁 등에 따라 자잿값이 크게 오르면서 각 사업 주체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물론 관계 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6월 부동산시장동향'에 따르면 건설 관련 물가의 경우 레미콘과 시멘트 등의 자재비가 지난해보다 높아진 상황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소비자물가와 건설공사비지수, 건설기성(일정 기간 동안 건물 등을 지을 때 들어간 자재비나 인건비) 디플레이터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이 모두 증가하는 플러스(+)를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자재비는 공사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7년부터 2020년 경까지는 인건비가 공사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지금은 공사비 오르는 비중의 절반 정도는 레미콘과 슬래그 등 자재비 때문이다. 인건비 상승도 물론 영향이 있지만 자재비 만큼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용 국내 공급물가지수에서도 건설 원재료 가격은 감소했지만 중간재 가격이 소폭 증가한 상황입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자재 가격 상승 요인은 국내 중간재 가격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국내 출하 자재 모두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상승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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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증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한건설협회의 일반공사직종 평균임금현황(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반영)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공표일 기준(조사일 2023년 9월) 일반공사직종의 1일 8시간 평균임금은 25만8359원으로 1년 전의 24만4456원보다 1만원 이상 올랐습니다.
청담르엘 등 민간 현장부터 GTX 등 공공현장도 '올스톱' 위기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지속적으로 급등하자 각종 공사 현장에서 공사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청담르엘(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현장이 공사 중단을 앞두고 있습니다. 공사비 상승에 일반분양 일정과 공사기간 연장 등을 두고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조합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현장의 공사비 관련해서는 지난 2017년 조합과 시공사가 협의한 공사비는 3726억원이었는데, 지난해 5월 조정된 공사비는 이보다 69.4% 인상된 6313억원입니다. 조합은 70% 가까운 공사비 증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시공사는 지난해 협의한 공사비가 기존보다 58% 오른 5909억원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용산구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인 '이촌 르엘'과 서초구의 '아크로리츠카운티(방배삼익 재건축)' 현장에서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시공사와 조합 간의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주택 재건축 현장뿐 아니라 공공공사 현장에서도 공사비 갈등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착공식을 마친 GTX-C 노선의 경우 5달 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습니다. GTX-C 노선은 경기도 양주와 수원을 잇는 노선인데요, 사업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작년 12월 국토교통부와 실시협약을 맺고도 90일 안에 제출해야 할 착공 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고 있지만 관계기관인 국토부가 난색을 표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GTX-A 노선의 핵심인 삼성역 개통도 요원합니다. 이미 일부 구간이 개통했음에도 삼성역 개통은 환승센터 일부 구간 공사 입찰을 놓고 5차례나 유찰되면서 준공 예정일인 2028년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이처럼 사업 주체간의 공사비 갈등을 우려해 정부는 연초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도입했지만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적인 해법으로 공사비 검증을 고려하는 것은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검증 소요 시간만큼 아파트 입주가 지연되거나 기타 소요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표준계약서 도입에서 조합과 시공사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만큼 실무적인 효력은 있을 것"이라며 "일부 특약조건 등을 수정·추가하는 식으로 변형 양식을 사용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