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글로벌 산업 환경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면서 경제 전반 성장의 명운이 걸린 생성형 'AI 대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주요국에 비해 뒤처진 AI 기술을 좁혀야 하고 미국·중국의 패권 전략 등 경쟁 심화로 인한 데이터 전략 자산의 안보 위협도 최대 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AI 전환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해저케이블' 공급망 안보는 시대 과제로 기술적 연결성의 협력 대상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디지털 인프라 및 데이터 안보협력을 통합 담당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안보 전략 필요성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스마트테크 코리아-스마트테크쇼·인공지능 빅데이터쇼에서 한 시민이 근력지원용 웨어러블 로봇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생성형AI 도입 '신호탄'
30일 연구기관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SK, LG 등 재계 총수들이 AI 기술력의 미국 실리콘밸리를 잇달아 찾은 이후 생성형AI의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통3사의 생성형AI 대전이 본격화된 데 이어 LG전자도 구글과 손잡고 생성형 AI 로봇을 첫 공개한 바 있습니다. 글로벌 산업 환경이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AI 분야 생산과 활용 분야는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뒤처져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이 분석한 한국 AI 분야의 전반적 기술 수준은 지난 2022년 미국을 100으로 볼 때 88.9%에 불과합니다. 이는 중국 92.5%, 유럽 92.4%와 비교해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27일 정만기 산업연합포럼 회장은 "AI분야를 생산과 활용 분야로 나누는 경우 우리는 모두 주요국 대비 뒤처지고 있다"며 "AI전문인력, 슈퍼컴퓨터 수, 데이터 확보나 품질, GPU칩 등에서 경쟁국 대비 매우 열악하고 ChatGPT 등의 활용 측면도 뒤처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노규성 한국생성형AI연구원 원장이 분석한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현황을 보면 2022년 101억달러에서 2030년 1093억달러 규모로 연 평균 34.6%가량 성장세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AI의 산업별 접목에 따라서는 연간 3조5000억달러~5조8000억달러의 경제 성장 효과를 추산하고 있습니다.
30일 연구기관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SK, LG 등 재계 총수들이 AI 기술력의 미국 실리콘밸리를 잇달아 찾은 이후 생성형AI의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출처=노규성 한국생성형AI연구원 원장)
전략자산화 '경쟁 심화'…핵심 '해저케이블'
문제는 미국·중국의 패권 전략 등 경쟁 심화로 인한 데이터 전략 자산의 관리 중요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펴낸 과학기술정책 브리프를 보면, '기술적 연결성'과 '안보적 연결성'을 중심으로 한 국가 간 디지털 인프라 네트워크 확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조원선 과학기술정책연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보호 및 네트워크망 확장에 대해 특정 주체의 개입을 배제하기 시작하는 '안보적 연결성'에 대한 위협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며 "과거와 다른 '빅데이터'를 생성형 AI 기반으로 분석·활용하게 되고 관련 알고리즘 역시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하며 데이터는 국가의 안보대상인 전략자산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AI 전환 시대인 기술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해저케이블' 공급망을 꼽았습니다. 해저케이블은 오래된 기술로 1858년 영·미 대륙 간 전신 교환 이후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주요 인프라입니다.
조 부연구위원은 "해저광케이블은 디지털 전환 및 생성형 AI 등장으로 급증한 데이터 트래픽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디지털 인프라 중 해저케이블은 전략자산이 된 데이터 통신의 95~99%를 담당하며 2015년 이후 매일 10조 달러 이상 그리고 2023년 22조 달러 이상의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 통신협정) 금융 송금이 이뤄지는 AI 전환 시대 기술안보의 핵심 인프라"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5월9일 서울 서초구 본관 전시실에서 열린 '이현세의 길 : K-웹툰 전설의 시작 특별전' 전시장에 인공지능 예술가 로봇 'Sketcher X'를 설치, 관람객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저케이블 공급망, 전략적 탈안보화"
각 국가의 해저케이블 공급망 개입 증가 추세를 보면 미국 LA·홍콩 경유 케이블 사업(PLCN)은 홍콩을 제외하면서 광섬유 케이블 구축사업(SeaMeWe-6)이 중국 HMN사에서 미국 해저케이블 회사인 '서브컴'으로 변경된 바 있습니다.
호주는 중국 HMN사의 솔로몬제도와 호주 해저케이블 연결에 대한 안보적 고려로 배제됐다는 점도 꼽았습니다. EU는 해저케이블을 통한 데이터의 기밀성, 무결성, 접근성을 고려하는 규정을 강화했다는 게 조 부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조원선 부연구위원은 "해저케이블 공급망 전략적 탈안보화를 통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기술적 연결성 확보가 시급하다"며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미·중 전략경쟁에 의한 안보적 연결성보다 기술적으로 온전한 디지털 인프라 네트워크 부재로 기술적 연결성의 협력 대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정부·기업 간 협력을 통해 기술 인프라 확장을 위한 국내 환경 변화가 시급하다"며 "안보적·기술적 연결성 고려한 국제 해저케이블 네트워크에 대한 인증 시스템 개선 및 디지털 인프라 네트워크를 통합적으로 담당하는 초부처 태스크포스(TF)인 '디지털 인프라 및 데이터 안보협력국'을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