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장기화하는 고금리와 PF 구조조정, 자잿값 인상 여파 등으로 건설사들은 여전히 '선별적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 대도시의 일부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장이 아니라면 수주를 꺼리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겁니다. 이 같은 선별수주 기조에 주요 건설사들의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도 엇갈렸습니다. 상반기에 벌써 '3조 클럽'에 가입한 건설사가 있는 반면, 상반기 수주실적이 '제로(0)'인 건설사도 적지 않습니다. 시장 흐름에 맞춰 선별적 수주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착공과 분양 감소로 향후 주택시장 공급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대·포스코 도정사업 수주 '양강 체제' 구축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9조8261억원(1일 기준)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상반기 도시정비사업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거뒀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3조5525억원, 현대건설은 3조306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3조 클럽'에 가입했는데요. 두 회사가 거둔 도정사업 수주실적은 주요 건설사 전체 실적의 72% 가량을 차지합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1월 삼성물산과의 경쟁입찰 끝에 따낸 부산 촉진 2-1 재개발(1조3274억원)을 비롯해 4월 노량진 1구역 재개발(1조927억원) 사업권을 따냈습니다.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7740억원)과 대전 도마·변동16구역 재개발(7057억원), 성남 중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6782억원), 송파 가락삼익맨숀 재건축(6341억원) 등을 수주했습니다.
2분기 삼성·롯데·SK 약진 돋보여
시평 1위 삼성물산은 상반기 총 7432억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했는데요. 삼성물산은 2분기 부산 광안3구역 재개발사업과 잠원강변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습니다.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상반기 수주실적 기준으로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지난달 말 서울 강동구 천호우성아파트 재건축(롯데건설, 2429억원), 중랑구 중화우성타운 재건축(SK에코플랜트, 1033억원) 사업권을 따내며 상반기 수주실적을 끌어올렸습니다.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3조 클럽에 가입했던 GS건설은 올해 상반기에는 3868억원 규모의 부산 수영구 민락2구역 재개발 시공권만을 획득한 상황입니다.
상반기 도정사업을 빈손으로 끝낸 건설사도 있습니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호반건설 등입니다. 해당 건설사들은 마수걸이 수주가 다소 늦지만 '슬로우 스타터'로서 올해 도정사업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입니다.
대우건설의 경우 조만간 신반포16차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DL이앤씨와 호반건설 등도 서울과 수도권에 공 들이는 사업지에서 빠른 시일 내에 마수걸이 소식을 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8월에는 올해 첫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건설사들의 주요 먹거리인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주실적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내 건설사들의 2022년 도시정비 사업 수주액은 42조925억원이에 달했는데, 지난해에는 20조1806억원으로 52% 감소했습니다. 다만 올 상반기의 경우 지방 사업장 물량 증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 가량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몇몇 건설사에게만 쏠려있는 형국이라 올해 전체 실적 증가를 예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지속적인 건설업계 불황으로 선별적 수주 기조가 이어지면서 향후 주택 공급부족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원자재값 및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주택시장에 공급가격 인플레이션이 거세게 불고 있다"며 "건설업자들은 수지가 맞지 않으니 아파트뿐 아니라 다세대, 다가구 주택, 빌라 등도 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시장의 흐름에 맞춰 예전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 기조가 더욱 강화된 측면이 있어 정비사업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착공 및 분양 감소에 따른 주택공급 감소는 2~3년의 시차를 두고 주택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