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으아아! 땅이 흔들리고 있어!" 물결을 일으켜 전장을 누비던 꼬마 포세이돈이 다급히 외칩니다. 저 뒤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열면 좋은 무기가 있을 것만 같지만, 서둘러 전장 한 가운데로 달려가야 합니다. 여기는 최후의 한 팀만 승자가 되는 곳, '배틀크러쉬'니까요.
엔씨소프트(036570)가 지난달 27일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를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 판으로 100개국에 출시했습니다. 장르는 MOBA(멀티 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로, 온라인에서 무작위로 만난 사람들과 화끈한 단판 승부를 벌이는 액션 게임입니다.
배틀크러쉬는 닌텐도 스위치와 스팀, 모바일(애플·구글)을 크로스 플레이 지원하는데요. 이번 작품은 엔씨의 첫 콘솔 게임인 만큼, 닌텐도 스위치 OLED로 전장에 뛰어들어봤습니다.
닌텐도 스위치로 실행한 비틀크러쉬. (사진=이범종 기자)
초보자에겐 답답할 수도
이 게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신화 속 인물을 바탕으로 만든 캐릭터 15종입니다. 이들은 헤라클레스와 하데스 등 고유 이름을 갖고 있지만, 신의 선택을 받은 '칼릭서'로 불립니다.
튜토리얼을 시작하면 성우가 동화책 읽어주듯 설명하기 때문에, 동글동글한 캐릭터와의 말랑말랑한 모험을 기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연습 없이 무턱대고 전장에 뛰어들면 큰 코 다칩니다. 벌써부터 캐릭터 고유 기술을 갈고 닦은 경쟁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이죠.
배틀크러쉬는 세 가지 모드를 제공하는데요. 세 명이 한 팀이 돼, 총30명이 싸우는 '배틀로얄', 6명이 싸우는 '난투', 일대일로 5판 3선승제로 싸우는 '듀얼'입니다.
배틀크러쉬 실행 화면(이미지=닌텐도)
초보자가 그나마 무기 몇 번 휘둘러볼 수 있는 곳은 배틀로얄입니다. 서로 싸우는 적 사이에서 아이템만 주워 도망갈 수도 있고, 혼잡하기 때문에 몇 대라도 때려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난투나 듀얼로 가면 실력차가 두드러집니다. 난투는 2인 1조로 붙는 팀 모드와 혼자 참전하는 솔로 모드여서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듀얼에선 상대를 단 한 번도 때리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맞다 끝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납니다. 직전 승부에서 이긴 쪽은 아이템 하나를, 진 쪽은 아이템 두 개를 들고 다음 승부를 펴는 식인데요. 그럼에도 내가 근접 무기를, 상대가 원거리 무기를 들고 있다면 이기기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개별 액션이 주는 손맛은 시원하지만, 모드 선택 혹은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답답함만 느끼게 될 여지가 있습니다.
아쉽게 2위로 마무리한 배틀로얄. (이미지=배틀크러쉬 실행 화면)
긴장 속 쾌감은 확실
배틀크러쉬를 톡 쏘는 여름 음료처럼 만들어줄 요소는 긴장과 쾌감의 조화입니다. 전투에 자신 없는 초보자도 판단만 잘 하면 배틀로얄 모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전투 실력 외에도 지형 파악이 중요합니다. 제가 참여한 배틀로얄에서도 여러 캐릭터가 분전하다 땅과 함께 가라앉았는데요. 저도 전투 중간 안전 구역을 확인하며 움직이다보니, 마지막 남은 상대 팀과 전면전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신나게 상대를 공략하던 제 캐릭터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저 역시 땅이 꺼지는 줄 모르고 공격에만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쉴 새 없이 변하는 지형에서 벌인 전투의 쾌감이 다음 전투를 기대하게 만드는 게 배틀크러쉬의 매력입니다. 전투 중간에 열리는 신화급 무기 상자를 열면 강력한 공격으로 적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어 반전의 묘미도 있죠.
배틀크러쉬 포스터. (이미지=엔씨소프트)
엔씨는 배틀크러쉬로 장르·플랫폼 다각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특히 콘솔 플랫폼을 더 넓힐 계획입니다. 엔씨 관계자는 "플레이스테이션 및 엑스박스 등 다른 콘솔 기기에서의 출시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과금에 '페이 투 윈(P2W)'이 없고, 꾸미기 콘텐츠가 담긴 배틀패스를 내건 점도 엔씨의 변화 의지를 보여줍니다.
엔씨는 이 게임을 연내 정식 출시할 예정입니다. 엔씨 관계자는 "정식 출시에는 1~2종의 게임 모드를 포함해 다양한 콘텐츠와 캐릭터를 추가할 예정"이라며 "특히 이용자 분들이 희망하시는 랭크전 시스템의 기획과 구성을 탄탄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