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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일 17:5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석유화학업계에 불황이 찾아오며
LG화학(051910)의 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LG화학은 약 14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어 향후 재무구조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LG화학은 비핵심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유상증자를 하는 등 투자금을 차입하지 않는 자금조달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사진=LG화학)
1분기 영업이익률 2.28%…전년 대비 '반 토막'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2.28%로 지난해 동기(5.46%) 보다 절반 이상 하락했다. 매출액은 11조609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4조4863억원)보다 19.9% 줄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757억원으로 전년 동기 6907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89%나 감소했다. 석유화학업계의 업황 악화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 메탈가격이 급락하면서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 제품의 판가가 하락한 것이 1분기 이익 규모 감소가 감소한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금흐름도 좋지 않다. LG화학은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537억원을 기록했지만, 투자활동으로는 3조9826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재무활동으로 3조5074억원이나 유입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이러한 현금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는 투자규모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훌쩍 넘어서면서 재무활동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끌어왔다. 영업활동에서 얻은 현금과 은행 등에서 빌린 돈으로 생산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도 1분기 0.38배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최소 2.86배에서 최대 23.82배까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하락한 수준이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마이너스(-)인 경우 영업을 통해 돈을 벌기는커녕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14조원 규모 추가 투자 계획…재무부담 '가중'
자본적지출(CAPEX) 규모도 커졌다. CAPEX는 기업이 미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유무형 자산 취득에 사용한 돈을 뜻한다. LG화학의 1분기 CAPEX는 3조972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3조3211억원)보다 512억원 증가했다. CAPEX가 늘어나면서 1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의 적자 규모(-3조5186억원)도 전년 동기(-2조8179억원)보다 24.9% 커졌다. FCF가 적자라는 것은 영업활동만으로 필요한 투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뜻하며, 이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무구조가 점점 악화하고 있음에도 LG화학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안에 석유화학과 첨단소재부문에 4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있고, 배터리부문에 10조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총 14조원의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CAPEX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FCF 적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된다. 이에 LG화학은 유상증자를 하거나 비핵심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투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영업현금 창출능력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상황이지만, 지난 3월 원화사채 발행 통해 1조원은 선제적으로 확보했으며, 외부 차입 외에도 지난해 IT필름, 진단사업 매각처럼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내부 현금흐름 창출 극대화를 위해 원가절감활동이나 운전자본 최적화 활동 등 지속 추진해 재무건전성을 지속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설에 대해서는 "에너지솔루션 지분은 활용 가능한 자산이지만 아직까지 지분 매각 등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은 실적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CAPA 확장에 속도조절을 하는 모양새지만 이미 누적된 초과 공급과 함께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올레핀 계열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LG화학의 대규모 투자가 지속돼 차입규모가 커졌지만 증설한 생산설비 가동이 시작되면 현금창출력은 일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공급 대비 경기가 좋지 않아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