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을 취재하던 중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을 만났습니다. 지난 5월 16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벤처기업 현장 간담회'에 허성무 한국성장금융 대표이사가 참석해 명함을 주고받았습니다. 허 대표는 한국성장금융의 정체성을 '반민반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정책금융 기관은 아닌 것이죠. 왜 아닐까요?
먼저 지분 구조를 뜯어봤습니다. 2016년 2월 설립된 한국성장금융은 주식회사입니다. 성장금융사모투자합자회사(성장금융PEF)가 59.21%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이어 한국증권금융주식회사 19.74%, 산업은행 8.72%, 기업은행 7.40%, 은행권청년창업재단 4.93%로 지분이 구성됐습니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민간회사입니다.
최근 성장금융PEF가 해산을 결의하며 6월 중 해산이 마무리될 예정인데요.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이 30억원을 출자한 성장금융PEF가 해산되면서 출자자들이 직접 출자해 대주주로 올라섭니다. 예탁원을 제외하고 거래소, 금투협은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성장금융은 동일하게 민간회사의 자격을 유지합니다.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회사지만 최초 시작은 금융위 주도로 2013년에 탄생한 성장사다리펀드입니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유망한 벤처·중소기업 및 성장자금이 필요한 중견기업을 발굴해 창업과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펀드인데요. 즉 정부가 조성한 펀드인데요. 정책자본으로 투자하는 모태펀드와는 다르게 금융자본으로 이뤄졌습니다.
정부가 조성한 펀드를 운용하지만 민간회사입니다. 반민반관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만한 구조입니다. 올해 금융위가 벤처시장에 공급하는 정책금융 15조4000억원에도 한국성장금융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펀드로서 VC를 선정하고 벤처시장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정책금융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보기엔 힘듭니다.
정책금융과 민간회사 그 사이에 서 있는 한국성장금융은 일단 기관이 아닌 덕분에 나름 이점이 있습니다. 공공기관이면 받는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도 감독을 받은 사례가 없습니다. 애매모호한 정체성으로, 관리 및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죠.
반민반관이라는 정체성은 벤처투자 시장에 모험자본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명분이 되기도, 정책금융의 역할과 크게 벗어나지 않은 큰 규모의 펀드를 굴리지만 그 누구의 감독도 받지 않는 방패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성장금융 조성한 펀드 규모는 총 6조원가량입니다. 정책금융 향이 나는 막대한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한국성장금융이 반민반관으로 유지되는 게 합당할까요? 설립 8년이 된 지금,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진=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