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변호사 지인에게 근황을 물었더니 인공지능(AI) 다루는 법을 익히느라 바빴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AI로 고소장을 쓴 뒤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하는데요. 의뢰인과 상담한 내용을 입력한 뒤 형사 고소장을 작성해 달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체계적으로 답변서가 작성된다는 겁니다. 자문이나 법정에서 의뢰인을 대리하는 역할은 당연히 사람의 몫이겠지만 적어도 고소장 작성, 계약서 검토, 영문 번역 등은 AI로부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입니다.
요즘 법조계에서는 AI 활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인이 다소 흥분섞인 목소리로 직접 AI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야심찬 계획을 털어놓은 이유인데요.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 로펌일수록 잡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소송 등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대신 AI 기술을 선점한 로펌과 그렇지 않은 로펌 간 격차는 더 커질 것 같다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AI를 잘 쓸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 잘 도입하는 회사와 아닌 회사 간의 경제적 가치와 커리어 등에 엄청난 차이와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현실화 된 것 같습니다. 당장 AI 산업 수요가 폭증하면서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엔비디아의 ‘AI 칩’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수년 내 한화 약 1경원에 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까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빅테크 산업 전반으로 보면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그 수혜를 엔비디아를 비롯한 특정 업체 일부만 누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번졌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반(反)엔비디아 연합’을 구축해 대응에 나설 정도입니다.
이미 10여년전 영국 옥스퍼드대는 연구 결과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 일자리의 9%가 AI로 인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요. 비숙련 노동자들과 교육수준이 낮은 노동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소득 불평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진단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현재 모든 데이터 중 1% 미만이 AI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데 2025년에는 이 비율이 10% 이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총 3억 개의 일자리가 AI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언론은 어떨까요? AI를 통한 문서 작성에 매료된 변호사 지인은 앞으로 기사 쓰기가 쉬워질 거라며 적극 추천했습니다. 저널리스트의 원래 뜻은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전달자인데요. 요즘 언론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기자만의 고유한 관점이 들어간 기사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AI를 활용해 기사를 쓰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오픈AI도 저널리즘에 큰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저널리즘 활용을 위해 추가 투자할 동기부여가 없다는 건데요. 언론에는 득일까요, 실일까요.
(사진=언플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