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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공채가 사라졌다…노령화 ‘몸살’
하반기 공채 2곳 불과
입력 : 2024-07-08 오후 2:29:15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여의도 증권가에 노령화가 시작됐습니다. 수년째 신규 공개 채용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데다 중참급 직원마저 회사를 떠나고 있지만, 증권사 합계 직원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하반기 공채 시즌이 도래에도 주요 증권사 중 키움증권과 KB증권을 제외하곤 신입 채용을 공식화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하나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대신증권)가운데 현재 하반기 공채를 진행 중인 곳은 키움증권과 KB증권 두 곳뿐입니다.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하반기 채용 계획을 아직 정하지 못하거나 계획이 있더라도 구체적인 일정은 미루는 상황인데요. 공개채용으로 인재를 뽑았던 과거와 달리 일부 직군에 한해 경력직을 수시로 뽑는 경우가 두드러지는 등 채용 방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내가(차장급) 마지막 공채 기수였던 만큼 공채를 하지 않은지 꽤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10대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 3곳은 아예 공채를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력이 필요한 부서별 인원을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증권사 직원 채용 방식이 신입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옮겨가고 있는 겁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가 10대 증권사 공채 규모를 조사한 결과 1년에 100명 넘는 신입사원을 뽑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합니다. 통상적으로 10~50명 사이로 채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당 수치는 지난 2019년에 비해 절반 넘게 감소한 것으로 5년 새 56.8%가량 축소 채용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채용 축소는 증권사의 점포 축소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 국내지점(영업소 포함)은 856곳으로 지난 2019년 1064곳에 달했지만 매년 감소해 5년 만에 19.5%나 줄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국 단위 지점 축소와 신입 공채의 축소로 노령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대규모 공채를 진행한 것이 10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중참급 이탈과 승진 정체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규모 공채 시장 규모가 줄었지만, 해당 기간 주요 증권사 임직원 합계는 2만3439명에서 2만7290명으로 16.4%나 늘어났습니다. 
 
이 관계자는 "신입사원 채용을 줄인 데다 허리급(8~15년차)들이 많이 나가면서 노령층만 남은 것의 방증"이라며 "허리급들의 사직은 임금피크제와 이연성과급이 주된 이유"라고 전했습니다. 
 
이탈한 직원들은 주로 벤처캐피(VC)이나 회계법인 등으로 이직한다고 알려지는데요. 해당 업계엔 성과급 상단이 없어 실적에 따라 고임금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아도 좋지 않아도 허리급들의 퇴직 붐은 식지 않는다"며 "부동산 분야에선 인원 감축 이야기가 나오면, 그 전에 퇴사하는 거고 IB의 경우 '몸값 비쌀 때 페이퍼워크 별로 없고 성과급 캡(상단) 없는 곳에 미리 가서 자리 잡아놓자'라는 분위기가 있어 이직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임원 승진을 앞둔 직원들이 임원 승진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임원을 다는 순간부터 매년 실적에 따른 순위를 매겨 꼴찌 몇 명은 짐을 싸서 집에 가야하기 때문에 직함을 달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요 증권사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에서도 노령화 이슈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노령화가 심해져 40대 중후반은 되어야 부장을 달 수 있다는 전언입니다. 한국거래소 한 관계자는 "예전엔 부장 달 나이인데도 팀장도 못 다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이에 만 55세가 되면 팀장, 부장 같은 직급을 떼어버리는데 그럼에도 갈 데가 달리 없어 명예퇴직까지 남아있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의 최대 현안으로 임금 피크제가 불거진 것과 무방하지 않은 노령화 이슈"라면서 "당장은 티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령별 격차에 따른 증권업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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