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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금투세 부과 시스템 미비는 기재부 탓"
금감원 관계자 "기재부 그동안 손놓고 있어"
입력 : 2024-07-08 오후 3:27:32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내년 1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또다시 유예 연장 논의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시스템 준비 미흡' 등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금투세 도입을 유예한 2년간 기획재정부에서 세부 기준안을 마련하지 않는 등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재부, 유예 조치 2년간 손 놓아"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2년간 유예 조치된 금투세 도입을 앞두고 유예를 연장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당장 시스템 완비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정책이 시행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지 여부가 불확실했기 때문에 사실 긴 시간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세금을 하나 더 추가하는 상황인데 큰 틀 뿐만 아니라 세부 사항, 예외 사항 등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곧바로 시스템을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제도 시행 여부가 불분명한 것이 사실이어서 다소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며 "세법 개정을 포함하여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2년간 기재부에서 금투세를 유예해 줬는데, 그 사이 시스템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건 기재부가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해주지 않은 탓"이라며 "사실상 그 기간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투세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수익 중 연간 기준 5000만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를 과세하는 제도입니다.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25%(지방세 포함 27.5%)가 매겨집니다. 현재 비과세인 '대주주가 아닌 사람의 양도차익'도 과세 대상이 되는 게 핵심입니다. 기재부는 금투세 과세 대상자를 15만명으로 추산합니다.
 
금투세는 2022년부터 도입 논의를 거치면서 2023년 시행을 앞두다가 2025년까지 도입이 유예됐습니다. 금투세 도입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는데요. 반면 정부와 여당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CEO들과 금투협회장 등 증권 업계는 제도를 보완 후 시행할 수 있도록 유예를 연장해달라는 입장입니다.
 
이복현(아랫줄 왼쪽 네번째) 금융감독원장과 서유석(아랫줄 왼쪽 다섯번째)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증권회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3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증권회사 CEO 간담회'에서 증권사 CEO들은 내년에 금투세를 바로 시행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세부적인 징수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완비하는 게 곤란하다는 이유입니다. 증권사들은 시스템 보완 후 시행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습니다. 일각에서는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또 금투세를 도입하면 납부의 불편으로 인한 중소형 증권사의 고객 이탈 우려, 기관 간 정보 공유의 한계로 정확한 손익계산이 곤란한 점. 일부는 원천징수 방식으로 인한 투자재원 감소 등 투자자 불편 야기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됐습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증권사, 채비 서두른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 CEO의 금투세 도입 유예 요청과 별도로 증권가에선 이미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입니다. 세부 기준안과는 별도로 큰 틀에서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앞두고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부터 내부적으로 금투세 도입을 대비해 준비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TFT(태스크포스팀)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고객별 세금 분석 및 절세 솔루션 등 대고객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2년 전 금투세 계산기를 통해 고객이 편리하게 계산할 수 있는 전산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간이 계산기 형태로,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는 홈페이지로 연결되며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은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기타 전산프로그램 같은 경우 금투세를 시행하냐 마냐 하다가 중단되고, 다시 준비 중인 상태라 일단 거의 개발이 다 되어간다"고 전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직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시행 시기에 맞춰 시스템 개발 및 컨설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 역시 "금투세 시스템을 준비중이며, 제도 시행에 맞춰 오픈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많은 혼란과 갈등이 예상되고 있으며, 제도 도입 이전에 영향,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한 정밀 분석 및 사전 협의가 우선 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앞 불소 동상.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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