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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나스닥 상장 네이버웹툰…쿠팡 따라가나
흑자전환 성공했지만 성장세 둔화로 주가 약세 ‘닮은꼴’
입력 : 2024-07-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지난달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이하 웹툰엔터)의 주가가 여전히 공모가를 밑돌고 있어 쿠팡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주가 약세의 배경이 매출 성장 둔화에 있기 때문입니다. 
 
8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에서 웹툰엔터(종목기호 WBTN)는 6.80% 급등하며 20.9달러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웹툰엔터가 나스닥 시장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후 일주일 만에 기록한 상승입니다. 그러나 이날 급반등에도 웹툰엔터의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 21달러를 밑돌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등장한 웹툰엔터 일본 대표작 '선배는 남자아이' (사진=네이버웹툰)
 
이용자 지표·매출 성장 둔화에 공모가 무너져
 
네이버웹툰이 웹툰엔터를 통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은 국내 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한 뉴스였습니다. 그리고 예고한 대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주간사로 나서 1500만주를 21달러에 기업공개(IPO) 했습니다. 
 
상장 첫날 성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21.3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9.52% 급등한 23달러로 장을 마감했으니까요. 거래량도 642만주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상장 첫날 이후론 약세입니다. 상장 4거래일째인 7월 2일에 공모가 아래로 내려왔고 5일엔 20달러도 깨졌습니다. 일일 거래량도 50만~60만주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상장 7영업일 만에 다시 20달러를 회복했으나 아직은 상장 초기이다 보니 본격 반등을 시작할지 다시 밀려날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주가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웹툰엔터 특히 네이버웹툰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니 시간은 필요해 보입니다. 
 
웹툰엔터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실적과 유료 결제 이용자당 평균 객단가(ARPPU, Average Revenue Per Paying User) 등 다양한 지표가 공개됐는데 그 내용이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우선 월간 이용자수(MAU, Monthly Active Users)는 2022년 1분기 이후로 성장이 정체된 상태입니다. 2022년 1분기 1억6700만명이던 MAU는 올해 1분기 1억6900만명으로 증가 폭이 미미합니다. 같은 기간 월간 유료 결제 이용자수(MPU)도 760만명에서 780만명으로 20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ARPPU는 2년 동안 7억8000만달러에서 11억5000만달러로 늘었으나 작년 1분기 이후, 즉 지난 1년 동안은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지표는 실적에서도 드러납니다. 지난 2년치 매출(영업수익)을 보면 10억달러 이상 기록하고 있으나 올해 1분기 매출(영업수익)이 3억2600만달러로 성장률은 기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웹툰엔터는 올 1분기 1400만달러의 영업이익과 6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지난 2년간의 연간 적자를 씻어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시장은 웹툰엔터와 같은 유형의 성장기업이 흑자를 냈다는 사실보다 매출 성장이 둔화 것을 더욱 민감하게 평가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년간 전사적으로 비용 효율화를 추구했으며 이에 따라 네이버웹툰도 마케팅비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집행했습니다. 그로 인해 아직 웹툰이 주류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한 미국과 유럽에서 MAU가 급감한 것입니다. 
 
이 때문인지 미국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장기 성장 과제로 내세우고도 실제로는 미국보다 아시아 시장을 공략 중입니다. 최근 태국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사실이나 일본 망가 시장에서의 1위 탈환을 크게 홍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시총, 시장 예상치 밑돌아…“이 정도면”
 
결국 네이버웹툰은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란 선택지 앞에서 당분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미국 시장에 먼저 입성한 쿠팡(CPNG)이 거쳐 간 길이기도 합니다. 쿠팡은 2021년 3월 공모가 35달러로 뉴욕거래소에 성장했습니다. 상장 첫날엔 70달러를 넘봤다가 무너졌지만, 7월엔 다시 45달러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해 8월 중순 공모가 아래로 내려온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쿠팡도 적자기업으로 상장해 고전하다가 마침내 지난해 4억73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습니다. 쿠팡 역시 이익을 냈다는 사실보다 성장이 둔화 것이 주가를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이 이익 전환보다 성장폭에 관심을 두고 있어 이들의 주가 행보도 올해 실적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웹툰엔터는 일단 시장 안착에 성공한 만큼 회사의 수익성 중심의 전략이 달라질 것인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웹툰엔터가 증시에 상장하기 전 블룸버그는 웹툰엔터의 가치를 30억~40억달러로 추정했습니다. 8일 마감가 기준 웹툰엔터의 시가총액은 26억달러로 추정치보다 낮습니다. 
 
한편, 웹툰엔터는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 외에도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웹툰스튜디오, 스튜디오N, 스튜디오 리코, 웹툰 언스크롤, 일본의 라인망가, e북재팬 등 국내외 유력 스토리텔링 플랫폼을 통해 150여개국, 1억7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중 핵심인 네이버웹툰은 2020년 5월29일에 유한회사로 설립됐습니다. 그해 8월에 네이버웹툰컴퍼니(주)에서 인적분할된 사업부문을 흡수합병했으며, 9월에 웹툰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에서 네이버웹툰 유한회사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지금은 웹툰엔터가 네이버웹툰(유)을 100% 소유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상장 전 웹툰엔터의 지분은 네이버가 71.2%, LY(일본 라인야후)가 28.7%씩 보유해 웹툰엔터가 잘 되면 네이버에도 좋은 일이지만 반대의 경우엔 부담이 되는 구조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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