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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제왕적 조합장 권한 더 키운다
각종 위원회 신설 수당 지급
입력 : 2024-07-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민경연 기자] 농협중앙회가 상호금융 경쟁력 강화를 빌미로 개혁 대상인 조합장 권한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강호동 중앙회장은 회장 선거 때부터 조합장 표심을 노리고 각종 선심성 공약을 내놓았는데, 취임 이후 하나둘 경영 전략으로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지역 조합장의 경영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명분이지만 과도한 '조합장 감싸기'에 직선제 선거 등 개혁 자체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앙회, 조합장 경영 참여 확대
 
강 회장이 회장 후보 시절부터 취임 직후 내건 금융 정책의 핵심은 상호금융의 경쟁력 강화입니다. 중앙회 상호금융은 농축협의 '중앙은행' 격으로, 상호금융 대표이사가 위원장인 위원회(옛 협의회)에서 특별회계 등 상호금융 사업 관련 중요사항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상호금융 특별회계는 농·축협 상호금융 연합회 기능을 수행하는 회계단위입니다. 중앙회에 설치돼 특별관리 되고 있으며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며 100조원이 넘는 규모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결산 결과 손실이 5570억원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지역농축협이 같은 기간 2조원대 순익을 거둔 것과 대비됩니다.
 
강 회장은 후보자 시절부터 상호금융 경쟁력 강화를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특별회계를 담당하는 상호금융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켜 전문성을 키우고 지역농축협을 지탱하는 수익센터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상호금융 독립법인화 이후 조합장 중 대표이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는 상호금융 조직 체계와 자산운용 방식의 개선을 위해 밑그림 작업을 진행하면서 조합장의 경영 참여 확대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호금융운영협의회를 상호금융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의 '상호금융사업규정' 개정안이 대표적입니다. 위원회는 제도개선위원회와 사업추진위원회, 자금운용위원회로 운영하고 각 위원회별로 조합장 참여 수는 20인 이내로, 총참여 인원수가 60인 이내로 늘었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월25일 제25대 중앙회장선거에서 "조합장 여러분께 말씀드린 100대 공약을 꼭 지키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강 회장이 당선 확정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조합장 높이면서 조합원 등한시
 
중앙회가 조합장의 경영 참여 확대를 추진하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전국 조합장 1000여명에게 매달 100만원 상당의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합운영협의회운영준칙 제정을 추진하다 조합장만을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조합운영협의회(협의회)는 지역 농정을 위한 협력활동 및 농협 회원 간 상호협력 증진 목적으로 운영되는 모임으로, 현재는 각 시도·시군협의회 단위로 운영됩니다. 농협중앙회는 조합장들의 협의회 참가 활성화를 지역 농정활동 역할 강화로 이어가겠다는 명분인데, 그 수단으로서 참석 수당 지급 카드를 꺼낸 것입니다.
 
협의회운영준칙을 보면 협의회 출석하는 위원에 대해 중앙회 예산 범위에서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습니다. 지역본부장의 승인을 얻으면 조합장이 인접 지역의 협의회에 참석하거나 복수의 지역을 연합한 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는 만큼 전국 조합장이 수당 지급 대상이 되는 셈입니다.
 
강호동 회장은 회장 선거 당시 지역농협 조합장에 농정활동비 월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조합장들의 표를 얻으려는 비현실적 공약이라는 비판까지 나왔었는데요. 비판여론을 의식해 겉포장만 바꿔 추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합장의 경영 참여 확대를 명분으로 한 상호금융사업규정 개정안에도 '수당 지급'이라는 근거 조항이 들어있습니다. 
 
조합장의 표심을 노린 강호동 회장의 공약 중에는 농정활동비 지원 외에도 상임 조합장 3연임 제한 폐지, 조합장 직무정지제도 최소화 등 조합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공약과 연봉 하한제 도입(직원 최고연봉의 120%) 등 보수 체계 관련 공약, 중앙회의 업무용 자동차 지원 등 처우개선 관련 공약도 있습니다. 
 
농협 조직의 중심이 되는 조합장 위상을 올리겠다는 명분인데, 조합장의 장기집권에 따른 폐해는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 회장은 당선 직후 조합장에 약속한 이른바 '100대 공약'을 꼭 지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결국 투표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농협중앙회장 선거권이 전체 조합원에게 있었다면 조합장 위주 공약이 우선순위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도 "조합장 직선제가 시행됐다고 농협의 민주성 등이 해결됐다고 판단하기 힘들다"며 "조합원 의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농협중앙회가 상호금융 경쟁력 강화를 빌미로 개혁 대상인 조합장 권한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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