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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10일 18:5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7월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제도의 정식 시행이 꼬박 1년을 맞는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제도는 사전 지정한 운용 방법으로 금융사가 적립금을 운영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제도 도입 후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 90조원을 돌파하는 등 증권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아직 시장의 후발주자고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이에 <IB토마토>는 증권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된 퇴직연금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해야 할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90조원 퇴직연금을 시장을 두고 증권업계 경쟁이 치열하다. 적립금 규모에선
미래에셋증권(006800)이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현대차증권(001500)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이 뒤를 쫓고 있다. 규모와 달리 수익률은 대동소이하고 일부 중소형사 상품이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은행에 비해 떨어지는 안정성을 포기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중위험 등급 이상 상품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증권, 적립금 규모 '선두'
9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은 90조704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대비 3조9644억원(4.57%) 증가한 수준으로 같은 기간 은행권은 4조3041억원(2.17%), 보험업권이 5521억원(0.59%)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적립금 규모로는 미래에셋증권이 압도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분기 기준 총 25조5177억원의 적립금을 쌓으며 증권업계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현대차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16조3804억원, 13조5714억원으로 뒤를 따랐다. 12조8612억원의 적립금을 쌓아 4위를 기록한 삼성증권 뒤로는 규모면에서 확연하게 차이를 보였다. 전통 강자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은 5조~6조원대로 중위권을 머물렀다.
적립금 성장률에서는 중위하위권 증권사 약진이 두드러졌다. 하이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적립금 규모 면에선 10위와 11위를 기록했지만 전분기 대비 각각 10.52%, 11.84%의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성장한 것과 달리 현대차증권은 적립금 규모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현대차그룹 임직원이 퇴직연금 상품 선택 시 타 증권사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현대차그룹 임직원의 퇴직연금 적립으로 적립 규모가 컸지만 모기업에 기댄 운영으로 경쟁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중위험·고위험 상품 '집중'
디폴트옵션 정식 시행 1년이 지난 올 7월 기준 주요 증권사의 퇴직연금 상품을 보면 초저위험 상품 위주인 은행과 달리 중위험군에서 고위험 상품이 주력이다.
지난 1분기 기준 고위험군 상품군 수익률 1위 상품은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증권디폴트옵션고위험BF1’이다. 해당 상품은 1년 새 수익률 22.87%를 기록했다. 주식과 채권, 원자재, 대체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며 수익을 끌어올렸다.
신한투자증권의 '신한투자증권디폴트옵션고위험포트폴리오1'가 뒤를 따랐다. 수익률은 20.98%다. 목표 시점이 사전에 결정되고 이에 따라 투자위험을 낮춰가는 생애주기펀드(TDF) 2종에 100% 투자하는 방식이다. 해당 TDF는 미래에셋참신한리밸런싱퇴직연금증권투자신탁과 키움불리오글로벌멀티에셋EMP증권자투자신탁(UH)이다.
중위험 상품군에선 우리투자증권이 인수한 한국포스증권의 '한국포스증권디폴트옵션중위험TDF2'가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이 상품은 16.04%의 수익률을 기록해 2위인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증권디폴트옵션중위험포트폴리오1'의 14.9%와 1.14% 차이를 보였다. 뒤를 이어선 KB증권의 'KB증권디폴트옵션중위험포트폴리오2호'가 수익률 14.2%로 3위를 기록했다. KB온국민TDF2040증권투자신탁과 키움키워드림TDF2040 증권투자신탁제1호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증권업계는 중위험 신탁 상품에 100% 투자하거나 20%에서 40%를 예금자 보호가 가능한 정기예금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중위험 등급 이상의 신탁에 투자하는 방식의 투자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위험 상품, 수익과 안전성 모두 잡아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디폴트옵션 가입자의 90%(422만명)가 원리금 보장 상품인 ‘초저위험’ 등급에 몰려있다. 그만큼 퇴직연금에서는 '안전성'을 최고로 꼽는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초저위험 상품군은 수익률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익률 1위 상품 기준 저위험군 상품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초저위험보다는 다소 위험을 부담하는 저위험 상품군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이 여럿이라 시장 퇴직연금 가입자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1분기 기준 저위험 상품군 수익률 1위는 삼성증권의 '삼성증권디폴트옵션저위험포트폴리오2'가 차지했다. 해당 상품은 지난 1년간 수익률 중위험 상품군에 버금 가는 12.47%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포트폴리오의 50%는 신한은행 디폴트옵션형 정기예금에 맡기고 나머지 절반은 삼성밀당다람쥐글로벌 EMP증권자투자신탁에 투자한 형태다. 정기예금 50%에 대해서는 예금자 보호가 이뤄진다.
수익률 2위를 기록한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증권디폴트옵션저위험포트폴리오1'도 비슷한 운용 방식으로 수익률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 상품은 목표시점인 2045년까지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나가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45혼합자산자투자신탁에 50%, 부산은행 정기예금 상품에 50%를 투자한다.
초저위험 상품군에선 유안타증권의 '유안타증권디폴트옵션초저위험예금'이 1년간 수익률 3.62%로 1위를 차지했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안전성에 집중했지만 현재 시중은행 적금예금이 3%에서 5%대 상품이 주를 이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수익률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퇴직연금 시장에서 예금상품과 연계된 원리금 보장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은행업권에 비해 증권업계가 초저위험 상품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갖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 원리금 보장보다는 높은 수익률의 상품에 대한 선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일정부분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의 개발과 투자자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속적인 수익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