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와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합의제 기구
’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바람 잘 날 없는 모습입니다
.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이 면직한 이후 불과 1년 2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수장(직무대행 포함)이 7차례나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최근 윤 대통령이 내정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취임하게 되면 무려 8차례나 됩니다.
특히 법적으로 명시된 여권 추천 몫 3인, 야권 추천 몫 2인이라는 상임위원 구성의 ‘5인 합의제 기구’ 취지에 무색하게 대통령 추천 2인만으로 방통위가 파행 운영되고 있는 상황도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 면직 이후, 방통위는 약 3개월간 2차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취임으로 ‘2인 체제’의 운영을 개시합니다. 민주당이 당시 야권 몫을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하지 않았습니다. 적격과 부적격에 대한 판단 없이 수개월간 임명을 미룬 채 방치한 것인데요. 2인 체제를 유지하고자 한 ‘모종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야권은 이 같은 ‘모종의 이유’를 ‘방송 장악 시도’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공영방송 야권 이사 해임과 YTN의 사영화를, 김홍일 전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공모 절차를 대통령 추천 몫 2인 체제에서 의결하는데요. 이는 모두 야당의 ‘탄핵 소추’로 이어지고 두 전임 위원장은 ‘사퇴’ 카드로 맞받으면서 위원장 ‘단명’ 상황이 반복됩니다.
결과적으로 방통위 ‘2인 체제’를 고수하면서, 위원장 지명 → 민감 현안 의결 → 탄핵 → 사퇴 → 지명의 ‘무한 루프’가 이어지고 있는 건데요. 방송계 안팎에서는 이번에 지명된 이 후보자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의결하기 위한 ‘원포인트’ 인사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를 통해 앞서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던 MBC 이사진 개편을 진행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인원으로 선임해 ‘공영방송 장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라는 것이 야권의 주장입니다.
이 후보자도 방통위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공영방송의 공영성 제자리 찾기”라고 꼽으며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상태인데요. 야당은 이 후보자 취임 전부터 ‘탄핵 카드’를 꺼내 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취임 직후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고 야당의 탄핵안에 사퇴로 맞받는 악순환이 또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러한 정쟁의 흐름은 ‘무한 루프’로 작용하며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방통위는 구글·애플 인앱결제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산적한 현안에 손도 못 대고 있는데요. 여기에 국민 일상과 밀접하게 피해가 심각하게 야기되는 급증한 스팸문자와 관련한 대책도 변죽만 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방통위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인데요. 법 취지에 맞게 ‘5인 합의제’ 기구로 원복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리고 국민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설치된 방통위가 더 이상 정권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독립적 운영을 보장받아야만 합니다. ‘모종의 이유’가 의심에서 의혹으로, 더 나아가 사실로 옮겨가선 안됩니다.
배덕훈 테크지식산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