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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역할
입력 : 2024-07-11 오후 6:15:56
(사진=픽사)
 
최근 극장가에서 흥행몰이를하고 있는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왔습니다. 전편을 본지가 거의 10년 전이라 내용은 자세히 기억 안 났지만 성인도 울린다기에 기대감이 컸습니다. 2편에는 주인공 '라일리'의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감정인 불안, 부럽, 당황, 따분, 추억 등이 등장합니다. 최강 빌런으로 여겨지는 '불안'이는 기쁨, 버럭, 소심, 슬픔이 등을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죠. 
 
그런데 이 불안이란 감정 낯설지가 않습니다. 경쟁에서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 누군가가 나를 싫어할 것 같다는 불안, 끊임없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불안, 무언가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 말이죠. 특히나 좁은 땅에서 무한경쟁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에서는 더욱 쉽고 자주 느꼈을 감정일지 모릅니다. 라일리를 극한으로 몰아가며 폭주하는 불안이의 모습을 보니 괜한 불안감에 조바심을 내며 결국 안 좋은 결과를 냈던 지난날이 떠오르더군요. 
 
불안이는 '난 좋은 사람이야'라는 자아를 없애고 '난 부족해'라는 자아를 형성했는데요. 불안을 마냥 부정적으로 그린 게 아니라 입체적으로 그린 점이 좋았습니다. 적당한 불안은 자극이 되고 자신이 부족하고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인식하는 하는 순간에서부터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냥 자기확신만 가진 사람은 나르시시스트가 되기 십상이고, 매 순간 기쁨만 느낀다는 건 뭔가 기괴합니다. 결국 좋든 좋지 않든 다채로운 감정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며 한층 더 성장하는 라일리의 모습을 보며 뭉클하기도 했죠. 
 
돌이켜보면 꼭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만이 의미가 있었던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정말 불안하고, 시기와 질투를 느끼고, 처음 마주한 당혹스러운 감정들을 느꼈던 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그것을 극복하고, 때로는 패배하며 한층 더 다채로운 사람이 됐으니까요. 영화를 봤다고 당장에 모든 일에 초연해질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든 자기부정보다는 그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일부로 잘 승화시켜 좋은 자아를 차곡차곡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번 해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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