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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높이려면 임산부 실손 통 큰 보장을"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정 시급
입력 : 2024-07-15 오후 2:19:36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 임산부의 실손의료보험 강화가 꼽히고 있습니다. 그만큼 의료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인데요. 현재 보험사들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실손보험이 보상하는 우연히 발생한 사고나 질병·상해로 보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임산부 실손 보장 공백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손보험 표준약관은 임신·출산 관련된 진료를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표준약관은 '피보험자가 임신, 출산(제왕절개 포함), 산후기로 입원 또는 통원한 경우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관련 보장을 조금 더 확대하기는 했습니다. 가입일로부터 2년이 지날 경우 습관성 유산이나 불임, 인공수정 관련 합병증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임신성 당뇨, 고혈압, 기타 합병증이 생겨도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임신·출산 비용은 대부분 국민건강보험과 정부 지원으로 보장됩니다. 출산하는 의료기관이나 산모·태아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통상적인 자연분만 비용은 전액 국가가 보장합니다. 제왕절개 비용도 본인은 20%만 부담하면 됩니다. 산모가 부담할 전체 비용은 병원 규모, 병실 종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자연분만은 50만 원, 제왕절개는 100만 원 내외가 일반적인 비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임산부들은 임신·출산 관련 질환으로 자기부담 의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임산부들은 아이를 위한 태아보험에 가입하면서 산모특약(모성자특약)을 따로 들어 의료비 보장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실손보험은 임신·출산 관련 보장을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임산부들은 아이를 위한 태아보험에 가입하면서 산모특약(모성자특약)을 따로 들어 의료비 보장을 받아야만 했다.(사진=뉴시스)
 
금융당국도 임산부 대상 실손 보장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실손보험 표준사업방법서를 개정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임신 여부와 임신을 했다면 몇 개월째인지를 묻는 내용을 제외한 바 있습니다.
 
표준사업방법서에는 보험에 들 때 소비자가 보험사에 답해야 하는 기본적인 질문을 정해놓습니다. 이 질문은 소비자가 제대로 답하지 않으면 보험 가입이나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당국은 임산부에만 추가 질문이 있는 점이 여성에 대한 차별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표준사업방법서를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도 임신 여부가 보험 위험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개정에 동참했습니다.
 
지난 5월부터는 민관 협동으로 보험개혁회의를 구성해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보험개혁회의에는 금융당국과 보험사, 보험협회, 학회가 참여 중인데요. 실손보험과 일반 보험상품에서 임신·출산 관련 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손해율 관리 고심
 
보험업계 역시 실손보험에서 임신 관련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손보 산업은 유례없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로의 변화와 함께 경제 전반의 저성장 우려 및 글로벌 경기 불안 지속 등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분야 급여 의료비를 실손보험에서 신규 보장하는 방향으로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손보험에서 임신·출산 관련 보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근본적으로 표준약관상 출산의 정의를 바로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약관에 따라 보험사는 개인의 선택(임신)으로 인한 의료행위가 아닌 질병이나 사고만 보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손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비급여 보험금 누수 방지 방안도 마련돼야 합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DB손해보험(005830)·메리츠화재(000060)·KB손해보험 등 5개 주요 손해보험사의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4%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8.4%였던 것과 비교해 15.6%포인트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는 실손보험 특성상 임신·출산 관련 보장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김배정 한국법학원 연구위원은 "임신이나 출산은 질병에 준해서 다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며 "실손보험으로 보장해 신체적 위험이나 경제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면 저출산 극복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3년 신생아 수는 23만 명,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중이다.(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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