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코로나19로 어려운 고비를 겨우 지나온 국내 여행사들이 대목인 휴가철에 티몬·위메프 사태로 또 한 번 위기에 처했습니다. 휴가철을 맞아 피해를 당한 고객들을 감당하느라 여행사들의 손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25일 국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현장은 아수라장과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각 업체별 정확한 피해액은 집계가 되지 않고 있으나 미정산이 지속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행사들은 대안을 강구하느라 매일 수차례 회의를 거듭하고 있고, 티몬·위메프 전화 연결 지연으로 고객들의 항의 전화까지 대신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액이 부풀려진 가짜 뉴스가 알려지면서 과한 위기감 조성으로 2차 피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행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 측의 조속한 정산과 취소 요청을 하고 있으나 뾰족한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피해액이 알려진 곳은
참좋은여행(094850)뿐인데 6월1일~7월24일까지 피해액 집계결과 20억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7월24일 이후 피해액이 늘겠지만 20억원대 초반에서 마무리될 것 같다"며 "티몬·위메프 판매액은 전체 매출의 3% 미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자 25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에서 피해자들이 직원 면담을 요구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1위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25일 티몬·위메프에서 여행대금 정산이 이뤄지지 않아, 두 업체와 체결된 모든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지했습니다.
모두투어(080160)는 지난 23일 티몬 측으로 취소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이 25일 왔으나 내용에서는 "환불 조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룹사 차원의 모든 노력과 정산지연에 대한 보상 또한 마련할 계획"이라는 허무한 답뿐이었습니다.
당장 휴가를 앞둔 고객들의 불편을 감안해 대다수 여행사들은 이번 달 여행을 예약한 고객에 한해서는 여행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104620) 모두 7월 출발 분까지는 손해를 안고서라도 여행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노랑풍선은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7월 출발 분까지 무리 없이 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8월 이후 출발 고객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취소 위약금을 전액 면제해 주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만일, 여행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재결제 및 기 결제 취소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7월31일까지 출발하는 예약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면서 "8월1일 이후 출발 예약은 모두 취소하기로 했지만, 하나투어로 재예약하는 고객에게 기존 예약과 최대한 유사한 조건의 상품으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여행사들이 티몬·위메프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하고 상품을 취소하게 되면 위약금은 오로지 여행사들의 몫입니다. 여행 패키지 상품에 포함돼 있는 호텔, 항공 취소에 따른 비용을 여행사가 지불해야 합니다. 여행사가 이렇게 제살 깎는 대책을 강구하고 피해를 떠안고 있지만 여행 취소에 따른 불똥이 오히려 여행사에게 튀고 있습니다. 소비자 피해에 대한 화살이 엉뚱하게 여행사로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났지만 여행시장이 다 회복된 것이 아니다. 아직도 회복 중이다.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많이 가지만 그들이 여행사를 통해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행사를 통해 가야 여행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여행시장이 회복되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터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행사들도 피해자인데 왜 여행사가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영세한 여행사들은 대금이 묶여서 자금 회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행사들의 매출 중 티몬·위메프 매출 비중은 3%~5%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닌데 가짜 뉴스로 인해 피해액이 부풀려지자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여행업계에서는 잘못된 정보로 주가가 떨어지면 여행사들이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