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5년째 최홍만 선수의 성대모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코미디언 조세호가 '양배추'로 활동하던 시절 MBC '라디오스타'에서 했던 성대모사를 따라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처음 최 선수 성대모사를 시작한 이유는 오직 재미였습니다. 그런데 이 성대모사는 노력을 넘어 습관이 됐고, 한때 '틱 현상'으로 발전하기까지 했습니다. 공중 화장실에서 저도 모르게 "안뇨쇼 춍몽됴"를 하고는, 깜짝 놀라 주위를 확인했을 정도입니다.
이쯤 되면 성대모사 비법을 공개할 만하겠지만, 오늘은 다른 이야길 하려고 합니다. 제가 최 선수 성대모사를 하며 놓친 점에 대한 겁니다.
최홍만 '미녀와 야수' 앨범 표지. (사진=지니뮤직)
저는 늘 최 선수를 따라하며 스스로 웃고, 남들도 함께 즐기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2019년 12월, 채널A에서 방영한 '아이콘택트'에서 최홍만 선수와 그의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새로운 감정이 싹텄습니다. 과거 최 부자의 키 차이가 부각된 사진이 인터넷에서 인신 공격의 소재로 쓰였다는데요. 이 때문에 아버지와 아들은 집 밖에서 식사도 함께 못하고 추억도 제대로 만든 적이 없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부둥켜 안고 우는 최 선수를 보면서, 저는 '내가 최홍만 선수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감상도 잠시. 다시 웃음에만 초점을 둔 성대모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최 선수는 올해 2월 같은 방송국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나와 근황을 알렸는데요. 제주도에서 조용히 운동하며, 여전히 낯선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줘 안타까웠습니다.
당시 최 선수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지만 다시 링 위에 서서 은퇴 경기를 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습니다. 세간의 오해와 잔인한 말이 깊은 상처로 남았지만, 그는 아직 세상의 응원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저는 가끔 그가 2007년 발표한 노래 '미녀와 야수'를 듣습니다. 2미터가 훨씬 넘는 거구로 수줍게 '오, 오케이! 오케이!' 춤 추며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지금도 MBC 유튜브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최홍만 성대모사를 할 겁니다. 하지만 최 선수와 온 세상이 함께 웃는 날을 그리며 그의 가사를 마음으로 외치려 합니다. '홍만 초이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