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수천억원의 적자를 낼 정도로 실적이 나쁜 저축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업권에 비해 노사 갈등이 전면화 하지 않은 편입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설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인데요. 저축은행업계가 생존 갈림길에 선 만큼 강대강으로 치닫지 않은 노사 협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적자 행진에 노사 예민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 79개사 당기순손실은 1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손실 규모가 2.9배 늘었습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를 강화면서 저축은행의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부채로 인식되는 충당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 저축은행들은 건전성과 수익성 하락 등 악재가 겹치고 있습니다. 부동산 PF발 부실채권은 물론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충당금과 조달비용은 늘어나지만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습니다.
적자 확대, 신용등급 하향 등으로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구조조정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축은행업계에서는 노조가 있는 곳에서도 사측과 임금이나 복지 등의 문제로 강하게 부딪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오히려 노조가 사측에 업황 불황 타개 논의를 제안하려는 곳도 있습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임금단체협상을 두고 한 때 노사가 극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향후 애큐온저축은행 노조는 예금보험공사에 지출하는 예금자 보험금 수수료와 관련해 사측과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 문제는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도 예보료를 율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자구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업황 악화 등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가 뜻을 같이 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금융 사고가 발생해도 금융소비자의 예금은 5000만원까지 보호가 되는데요. 금융사는 예금 잔액의 일부를 예보료(보험료)로 지출해야 합니다. 금융업권 예보료율을 보면 저축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5배 가량 높습니다. 예보로율은 저축은행(0.4%), 상호금융(0.2%), 증권·보험사(0.15%), 은행(0.08%) 순으로 높습니다.
과거 JT저축은행 매각설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앞서 지난 2020년 J트러스트그룹은 JT저축은행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노조는 고용불안 등을 이유로 극심하게 반발한 바 있습니다.
저축은행 노사가 개별 현안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간판. (사진=뉴시스)
정치권 손잡고 대주주 겨냥
OK저축은행의 경 OK금융그룹 노조 차원에서 저축은행 인가 조건 위반 여부 등을 놓고 사측과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인가 문제가 걸려있는 사안이라 국회에서도 노조의 활동에 힘을 싣고 있지만 사측과의 소통이 불통으로 번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최윤(야마모토 준) OK금융 회장이 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수년간 금융당국을 속여 인가 조건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지난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졌습니다. 대부업자가 저축은행을 함께 운영할 경우 저축은행이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창구로 전락할 수 있고, 대부업체로 정상채권이 매각될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따라서 통상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체는 대부자산을 정리해야 하는데, 최 회장은 인가조건을 위반해 대부업체를 운영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과 박홍배 민주당 의원, OK금융 노조가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사측이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홍보·조합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또한 OK금융 노조 자체적으로도 대표교섭을 계속 시도 중입니다. 앞서 지난 10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대표교섭을 시도지만 모두 무산됐습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은 금융감독원의 정기감사와 사전 조율되지 않은 사안 등의 이유로 대표교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OK금융그룹과 저축은행 본사가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10층 사무실 입구를 막으며 노사간 대치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79개사나 되지만 소수의 대형사를 제외하면 노조가 있는 곳은 전무하고, 업계 현안이 있으면 중앙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며 "임단협 갈등도 보통은 자산 성장률을 기반으로 정당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업황 불황인 상황에서 영업 동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은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OK금융그룹 불법 의혹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