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의 부실채권 비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으로 인해 사업장이 재평가되면서 부실채권이 급증한 영향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이 선제적 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매각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서는 상황에서 하반기 실적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5대 금융 부실지표 '경고등'
30일 각 금융지주사 상반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2분기(6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은 약 12조393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62%로, 지난 분기 평균인 0.55% 대비 0.07%포인트 증가했습니다. 2019년 1분기 0.63% 이후 가장 높은 값입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원리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여신을 뜻합니다. 통상적으로 부실 채권으로 봅니다.
금융권에서는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난 5월 금융당국이 진행한 부동산 PF 사업성 재평가와 책임준공관리형 사업장 재분류를 꼽았습니다. 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한 뒤 엄격해진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라 부동산 PF 사업장을 분류하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실 우려가 있다고 분류된 사업장이 증가해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늘었습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 위험을 신탁사가 부담하는 형식의 신탁입니다. PF 사업장 시공사가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부동산 신탁사에 책임준공 의무가 발생합니다. 대체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기한 내에 준공하지 못하면 부동산 신탁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어 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최철수 KB금융 최고리스크관리자(CRO)는 컨퍼런스콜에서 "전체적으로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났는데 2분기에 건전성 분류 기준을 좀 더 빡빡하게 적용을 했다"며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차주와 부동산 PF에서도 상황이 안 좋은 사업장을 일부 NPL로 전입시키고 부동산 신탁에서 책임준공형 관리형 사업장에 추가적인 신탁 계정대가 나가는 것도 전부 NPL로 분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PF 충격 대비 보수적 충당금 적립
금융지주사들은 PF부실로 인한 충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습니다. 특히 책임준공형 신탁과 관련된 충당금을 주로 쌓았습니다. KB금융은 2분기 부동산 신탁 관련 충당금 800억원을 적립했다고 밝혔습니다. 신한금융은 부동산 PF에 대한 개별 사업성 평가 등을 통해 충당금 2714억원을 쌓았습니다. 책임준공형 부동산 신탁 관련 1827억원,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관련 886억원 규모입니다.
천상영 신한금융 CRO는 "현재 책준형 사업장에 대한 전체 충당금은 2696억원이 적립돼있다"며 "경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요인들은 조금씩 있을 수 있지만 커다란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제거됐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금융은 2분기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800억원을 추가로 적립했습니다. 하나금융은 상반기 부동산PF 사업성 평가를 통해 400억원 내외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했고, 하반기에 800억원 내외로 PF 관련 충당금을 적립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재신 하나금융 CRO는 "책준형 토지신탁에서 여전히 리스크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신탁 계정대가 발생된 부분이 3800억 정도로 향후 분쟁이 발생하거나 공정이 지연되면 요주의로 분류해 즉시 충당금을 적립해 대응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부동산 PF 시장이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하반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증가한 고정이하여신은 평가 기준의 변경에 의한 측면이 크고, 이미 각 사마다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는 등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어 하반기 갑작스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지주사들은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상태에서 11조 순익을 달성했다"며 "PF로 인해 발생하는 부실자산이 소폭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건전성에 염려가 갈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5대 금융지주사의 부실채권이 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 5월 실행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으로 인해 사업장이 재평가되면서 부실채권이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