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전기차 산업에 대한 미 대선 변수가 주목됩니다. 전기차 및 관련 소재 분야는 기업들의 대규모 신규 투자를 수반했고 자본시장에서 투자금을 조달해 시장 변수에 출렁입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전기차에 부정적인 게 지배적 관측입니다. 그 속에서도 한국이 후행 개발 중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완성도에 따라선 기회도 포착됩니다. 트럼프가 집권해도 중국에 대한 보호주의 반사이익을 누릴 경우의 수가 존재합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는 휘발유차를, 민주당은 전기차를 미는 공약의 차이가 뚜렷합니다. 트럼프 재선 시 전기차 시장 후퇴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시장 불확실성이 팽배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 관련 투자 건도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SK네트웍스가 인수했던 SK일렉링크(전기차 충전기 제조)는 실적이 부진합니다. 작년에 이어 지난 1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갔습니다. 1분기 25억여원 지분법손실을 봤습니다. SK네트웍스는 SK일렉링크를 관계회사로 분류해 지분법으로 다룹니다. SK일렉링크에 대한 지분율은 52.8%로 과반을 넘기고 있지만 관계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재무적투자자(사모펀드)인 수퍼노바아시아(Supernova Asia)가 30.6% 지분으로 2대주주이고 다음으로 에스트래픽이 1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본래 SK네트웍스는 에스트래픽에서 물적분할된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해 SK일렉링크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최대주주가 지분 과반을 넘겨도 관계회사로 분류하는 데는 이면합의 때문입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SK일렉링크를 인수할 당시에 파트너사 의견을 반영해 의사결정하기로 정해서 관계회사 분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2023년 6월에 에스트래픽과 2차 자산양수도 합의서를 체결해 특정 자산을 양수해야 하는 약정도 있습니다. 추정 자산양수도금액은 156억여원입니다. 수퍼노바아시아는 사모펀드라서 출구전략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기업공개(IPO)나 지분매각, 배당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합니다. 관계자는 “IPO 등 출구전략은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해당 인수투자 성패나 출구전략 모두 SK일렉링크의 가치 상승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으로 충전기 인프라 투자도 주춤한 형편입니다. 다만 충전기의 경우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한 테슬라와 BYD 등 완성차간 가격경쟁이 유리하게도 작용합니다. 완성차 수익성과 무관하게 충전인프라 확충 유인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 대상을 43종에서 19종으로 줄이고 중국산 배터리 사용 차량은 모두 제외했으며 독일, 스웨덴, 영국 역시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습니다. 프랑스도 유럽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더 주는 방향으로 보호무역을 강화했습니다. 이처럼 보조금이 줄어들 땐 충전기를 늘리는 게 전기차 보급에 효과적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합작 법인인 스타플러스 에너지의 배터리 시설 투자를 당겨 연내 양산키로 했습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스타플러스에너지의 1공장 인프라투자를 9월까지 끝내고 연내 양산 가능성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관련 배경으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조기 수령하려는 의도가 지목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IRA 폐지를 공약했지만 의회를 배제하고 지울 순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지급 기준을 높여 보수적으로 바꾸는 건 가능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삼성SDI는 미 대선 불확실성에도 수요 확대를 예상하고 투자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엔 올 4분기부터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전제로 합니다. 실제 완성차들이 캐즘에도 가격을 낮춘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어서 얼리어답터 이후 뜸했던 수요가 낮춰진 전기차 가격에 다시 반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간 수익성은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2분기 4조2791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습니다. 전년동기대비 0.7% 증가에 그쳐 성장세는 확연히 둔해졌지만 에코프로가 546억원 영업적자 전환하는 등 소재사와는 다릅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38%, 57.6%씩 2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SK온은 적자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최근 완성차들이 가격경쟁을 위해 저럼한 중국산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흐름도 국산 배터리에 불리합니다. 그렇더라도 트럼프행정부에서 중국산 배터리 규제가 심해지면 국산 배터리엔 기회가 생깁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삼원계 배터리보다 열위한 것으로 보이던 중국산 LFP 배터리가 생각보다 발전했다"며 "그러나 삼원계 기술을 응용해 LFP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