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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공영방송'…언론계 뒤흔드는 '이진숙 태풍'
취임 직후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 의결…거센 후폭풍
입력 : 2024-08-01 오후 4:11:57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전격 의결하면서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야당과 언론단체, 그리고 MBC까지 방송 장악음모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방통위를 둘러싸고 언론계가 대혼돈에 빠져드는 모습입니다.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치고 있다. (사진=방통위)
 
1일 방통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함께 대통령 추천 몫으로 임명된 김태규 상임위원과 전체회의를 열고 KBS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와 이사 추천·선임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방문진 이사 정원 9명 중 6, KBS 11명 중 7명의 이사 선임이 완료됐는데요. 여권 추천 이사에 대해서만 의결이 이뤄졌습니다.
 
이번 의결은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진행됐습니다. 이날 오전 이 위원장과 김 위원의 임명 후 일부 언론이 오후 2시에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는 전체회의를 열 것이라고 보도하자 방통위는 오후에 사실과 다르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는데요. 이후 4시쯤 홈페이지에 의사일정을 올려 1시간 뒤 전체회의 개최 사실을 알리면서 사실상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방통위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위원장이 회의를 소집하고자 할 때 일시·장소 및 상정안건을 정해 회의개최 2일 이전에 각 위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다만, 긴급을 요하거나 그밖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를 두기는 하는데요. 이달 중(방문진 12일·KBS 31)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선임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결국 야당의 탄핵안 표결 전 서둘러 안건을 처리해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권에 유리하게 재편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심만 부추긴 셈이 됐는데요. 결과적으로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이달 중 MBC 사장 교체 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낸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는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 전례가 없다라고 지적을 했는데요. 이어 공영방송 이사의 임기가 만료돼 새롭게 이사회를 꾸릴 때는 법에 정한 공영방송 이사회 정원에 맞춰 심사를 하고 의결하는 것이 일반 상식이라며 야당 몫을 빼고 여당 몫으로만 의결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최소한 추천권자, 임명권자로서 방통위원들은 공영방송 이사 자격의 적부 여부를 사무처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위원들이 심사를 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임명되자마자 취임식하고 심사할 시간이 있었나. 이건 정말 비정상의 극치라고 보여진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공성, 공익성을 구현하도록 감시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설치한 기관이 이사회인데 그걸 무력화, 형해화 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으로 대단히 문제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MBC 직원들과 언론시민단체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MBC 관계자는 날림, 꼼수, 부실, 위법의 결정판이라며 “MBC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여러 법적, 도덕적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성명을 내고 총책 윤석열, 행동대장 이진숙이 단 몇 시간 만에 밀어붙인 MBC 장악 쿠데타라며 민주주의와 법치는 완전히 짓밟혔다. 국민의 뜻을 거스른 정권에게 남은 것은 국민의 처절한 심판뿐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2010년 파업 투쟁을 벌인 MBC노조원들에 의해 출근을 저지 당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 (사진=연합뉴스)
 
총파업·해직…과거 MBC 악몽 아른
 
방통위의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 강행으로 과거 보수 정권의 방송장악논란으로 얼룩진 MBC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2010년 엄기영 당시 MBC 사장은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이 엄 사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수적 성향의 인물을 일방적으로 MBC 이사진에 선임하자 사퇴한 바 있습니다. 이후 MB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후임 사장이 거론되자 MBC 노조는 총파업을 결의하고 투쟁에 돌입했는데요. 당시 방문진은 MBC 신임 사장으로 MB와 가까운 인물로 정치 편향 논란이 짙었던 김재철 전 청주MBC 사장을 최종 선임했습니다.
 
이후 김재철 MBC 사장은 직원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간 최장기 파업을 한 노조원들의 대량 해고를 포함 무더기 징계 사태도 낳았습니다. 또한 김재철 체제 MBCPD수첩 작가 교체 등 공정성 논란, 제작 자율성 논란, 보복 인사 등 수많은 내홍도 겪었는데요. 그 결과 MBC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기도 했습니다.
 
20172월 박근혜정부 당시 방문진은 여당 이사진 주도로 김장겸 당시 MBC 보도본부장(현 국민의힘 의원)을 사장으로 선임하는데요. 당시 노조는 사장 졸속 선임을 비판하며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김 사장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논란에도 휩싸인 상태였는데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개편된 방문진 이사진은 같은 해 11월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처리했습니다.
 
이와 관련 최승호 전 MBC 사장은 최근 자신의 SNS이진숙씨나 국민의힘은 MBC를 매우 편향된 방송으로 낙인찍으려 하지만 MBC의 신뢰도가 김재철 이후 급전직하로 떨어져 김장겸 사장 시절에 최저점을 기록하고 다시 오르기 시작해 현재 최고인 것은 여러 가지 지수에 의해 명백하게 드러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의 화신처럼, 혹은 더 무식한 방법으로 이진숙이라는 희대의 방송장악 하수인 경력자를 내려보내 MBC를 다시 잡겠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야당은 이날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는데요. 이 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현안인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 의결을 마쳤기 때문에 사퇴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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