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총·칼·활', 즉 사격·펜싱·양궁에서 금메달을 따며 한국인이 전투민족 아니냐는 밈이 돌고 있습니다. 기사화까지 될 정도입니다.
이 밈을 보며 신선함과 새삼스러움이 교차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새삼스럽게 느낀 이유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 사격·펜싱·양궁 세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선하게 느낀 이유는 "총·칼·활에서 금메달 땄으니 전투민족"이라는 논리 구조를 그동안 별로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예 기억이 나지 않고, 이전에 동일한 밈이 있었다고 한들 이번만큼 강한 밈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신선함과 새삼스러움을 합치면 이렇게 됩니다. 총·칼·활 동시 금메달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반응이 격할까?
우선은 기대감을 요인으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막 전 한국갤럽이 실시한 관심 종목 설문에서 사격은 1.7%에 그쳤습니다. 2016년 올림픽 5%, 2021년 올림픽 3%에 비해 내려온 수치입니다. 진종오 선수가 부재하는 등 기대종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펜싱은 직전 올림픽의 2%에서 이번에 6%로 올라왔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예상한 금메달 획득 종목 2개에 속합니다. 금 가뭄이 예상됐던 상황에서 기대 종목으로 꼽힌 만큼 기대치가 올라온 걸로 볼 수 있겠습니다.
양궁은 좀더 극적입니다. 직전 올림픽의 16%에서 이번에는 32%로 뛰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기대라는 게 기대에 부응해도 좋은 일이고, 기대치를 넘는 성과를 거두면 쾌감을 안겨주는 요소입니다. 사격은 기대치를 넘었고 펜싱과 양궁은 기대에 부응해서 많이들 좋아한 것 같습니다.
반효진이 7월29일(현지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후 웃으며 세리머니하고 있다. (샤토루=AP/뉴시스)
그리고 핸드볼, 수구, 농구, 하키, 축구, 럭비, 배구 등 7개 구기 종목의 추락으로 인한 상실감을 사격·펜싱·양궁이 초반부터 메워준 게 주효했다고 보입니다. 구기 종목 중 올림픽 출전 종목이 여자 핸드볼 밖에 없으니까요.
아울러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소위 선진국형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사격과 펜싱에서 금메달을 거두자 선진국형 스포츠가 뜨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역사가 10년이 지나니 국민들도 올림픽에서 '헝그리 정신'만 연상하는 게 아니라 더 다양한 즐길거리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