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제도를 잘못 만들고, 기업은 단기경영에 치우치고, 투자자는 단기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인 건전한 투자 문화 형성을 위해 금융 교육은 필수적입니다."
증권업계 '경제통'으로 21대 국회에서 정무위 간사로 활발한 의정 활동을 했던 홍성국 전 의원(사진)이 증권사의 사회적 책무 중 하나로 투자자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했습니다. 홍 전 의원은 대우증권 대표이사 사장 출신으로, 2014년 당시 최연소 사장이자 대우증권 공채 출신 중 처음으로 사장 자리에 오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1986년 대우증권 공채로 입사, 리서치센터장을 거쳤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홍 전 의원은 금융교육진흥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교육부를 금융교육 컨트롤타워로 지정하고, 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금융경제교육을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입니다. 국회 임기 만료로 법안은 폐기됐지만 여전히 그는 금융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홍 전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입니다.
홍성국 전 의원. (사진=홍성국 전 의원 제공)
△증권사의 사회적 책임이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증권시장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 증권사의 가장 중요한 책무입니다. 국가의 성장과 증권시장의 성장은 궤를 같이합니다. 또한 증권사는 경제와 기업 성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가장 관련도가 높은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증권사 지점 축소로 금융 소외계층이 늘어나는 등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점 축소 문제는 디지털 전환에 따라 어느 금융사나, 국가나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입니다. 증권사가 적자를 보면서까지 지점을 운영할 수는 없어서 상당히 까다로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주민과 밀착하는 우체국 점포 등에서 금융기관이 공동운영하는 형태의 '공동점포' 등이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금융문맹퇴치와 같은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등 투자자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연히 절실히 필요합니다. 경제와 금융을 동시에 공부하는 투자 문화 확산에 증권사가 앞장서야 합니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가장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교육도 증권사가 더 책임을 가지고 앞장서야 합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불완전판매 사례가 지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증권사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세 가지 측면이 있을 겁니다. △장기적 측면에서 상품 판매 및 세일즈맨 보상 체계 확립 △건전한 투자문화 형성을 위한 투자자 고양에 선봉 △일벌백계식으로 문제 발생 시 강력한 처벌입니다.
먼저, 단기적인 수익에 치우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금융사는 지나치게 단기경영을 중심으로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른바 '먹튀'와 같은 문화를 아예 없앨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인센티브의 이연 기간을 조금 더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세일즈맨 개인이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성과급 지급을 제한할 수도 있겠죠.
두번째로,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공부 없이 금융시장에서 투자를 하다보니 실패도 많아지고, 우리 시장의 모습이 투기적인 형태인 측면이 강해집니다. 단기 투자도 강화되고요. 건전한 투자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교육이 많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법은 갖춰졌지만 적용에 있어서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법을 이랬다 저랬다 일관성 없게 적용하다보니까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 재발하고 있습니다. 사기성 여부 등도 잘 판단해 문제가 생긴 경우 강하게 처벌해야하지만, 한편으로는 모험자본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열어주는 등 탄력적인 운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형 증권사들이 내년 7월 '책무구조도' 제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내부통제 시스템의 강화는 증권사의 사회적 책무 이행에 얼마나 중요한가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업무체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공백 분야, 무책임이 커질 수 있있습니다. 다만 과도한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보수적 대응을 막기 위한 경영진의 노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책무구조도는 문화로 정착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회사 내에서는 막상 '이건 네 일, 이건 내 일'이라는 식으로 하면 회사에 활력이 떨어집니다. 이 경우 오히려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없고 관료제 형태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심화하는 기후 위기 상황에서 증권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관련 기업 발굴과 홍보로 사회적으로 이슈를 선점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투자자 1400만명이 아는 회사라면 엄청난 홍보 효과와 더불어 정책에 반영시키는 토대가 됩니다. 과거 배터리, 풍력발전 등과 관련해서는 증권회사가 '붐'을 일으켰습니다. 이들 관련 기업을 사회적으로 떠올리는 데 증권사 리서치들이 굉장한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그런 주도적인 역할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발굴해내서 사회적인 의제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증권사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권에 따라서 일관성 없는 정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밸류업 정책이 나왔는데요. 최근의 상황이 답답합니다. 한국의 대기업 중심 경제 문제는 증시를 중심으로 봐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밸류업은 좋은 주식은 오래 가져가고, 기업들은 투명경영하면서 지속가능하고, 주주중심의 경영을 하는 이런 좋은 투자문화가 정착되려면 10년은 더 넘게 걸립니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합니다.
△증권사가 윤리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소개 바랍니다.
경영진의 임기를 장기적으로 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단기적인 경영진은 수익만 챙길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 외에 사회적 기여에 대한 주주와 감독관청 등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불공정 거래와 관련한 이슈는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신규 상품에 대한 경영진과 직원의 깊은 이해가 요구됩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