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유근윤 기자] 쪽방촌 거주자 10명 중 절반 이상은 유입 계기로 '실직, 사업 실패 등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은 2020년부터는 꾸준히 60%대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부채 등 신용불량으로 쪽방 유입된 거주민은 10년 새 두 배 가까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에 쪽방 거주민 유입을 낮출 뿐만 아니라 탈쪽방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경제적, 환경적인 근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뉴스토마토>는 최근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통해 서울시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쪽방촌 유입 계기 1위는 '경제적 어려움'이었습니다. 지난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쪽방촌에 거주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한 거주민은 61.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실직, 사업 실패 등을 겪고 쪽방촌에 유입됐다고 답한 비율을 연도별로 들여다보면 △2014년 53.0% △2015년 49.1% △2016년 57.5% △2017년 56.0% △2018년 46.9% △2019년 51.8% △2020년 64.1% △2021년 58.9% △2022년 58.8% △2023년 61.8%였습니다.
서울 돈의동 쪽방상담소에서 활동하는 최영민 소장은 "최초 쪽방 유입 계기이다 보니 아무래도 IMF 시절부터 등 경제 위기를 겪고 온 거주민들이 많다"며 "예전에는 쪽방촌이 월세가 아니라 일세로도 받았기 때문에 실직 등을 겪고 쪽방으로 건너온 분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정에도 영향을 미쳐 이혼 등 가족해체를 겪고 쪽방에 거주한다는 비율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거주민 정모씨(60)는 "쪽방에 산 지 10년 정도 됐다. 대학 캠퍼스 교육 행정 쪽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게 됐고, 이혼도 하게 됐다"며 "그 후 노가다 등을 하다가 (일거리가 딱히 없어서) 현재는 쉬는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혼 등 가족해체'는 쪽방촌 유입 계기 중 매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힙니다. 특히 △2016년 12.4% △2017년 11.1% △2018년 13.5%로 경제적 어려움 외 두 번째로 높은 유입 계기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부채 등 신용불량'으로 쪽방 유입 계기로 답한 거주민들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신용불량을 유입 계기로 뽑은 거주민은 2014년에는 5.7%였지만 2023년에는 12.3%로 두 배 넘게 많아졌습니다. 물론 10년간 경제적 어려움에 따라 '신용불량자'에 대해 사회적 구제책이 반영된 만큼, 매해 어느 정도 등락은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2019년 이전까진, 그간 '신용불량으로 쪽방에 들어왔다'고 답한 거주민은 꾸준히 8~9%대를 유지했습니다. 오히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최저 5.4% 최고 7.3%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2023년에는 다시 12.3%로 치솟았습니다.
한 쪽방촌 활동가는 "쪽방촌에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매해 일어나는 경제적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한번 쪽방촌으로 들어오면 탈쪽방하는 데까지 보통 시간이 걸리고, 갑자기 (인원이) 확 바뀌기는 어렵다. 수치가 갑자기 뛴 것도 중요하지만, (복수 응답인 만큼) 해당 이유를 고른 사람들의 심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쪽방촌 거주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유입되지 않게 취약계층을 향한 복지가 제대로 파악되고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가령 단순히 취약계층을 향한 폭넓은 지원만 이뤄지면 안 되고, 이미 유입된 거주민도 쪽방촌 밖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환경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동자동 사랑방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A씨는 "활동가들 입장에서는 거주민분들이 '시혜 대상'으로 분류돼 오히려 (무조건적인) 복지로 쪽방에 남게 되는 것보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복지가 지원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른 활동가 B씨는 "쪽방촌 지원서비스에는 임대료 안에 공과금들이 포함되어 있고, 쪽방촌 내 관계망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거주민들이 나갔다가도 다시 유입되기도 한다"면서 "쪽방촌 내 일자리 제공이나 경제 교육 등 질적 개선, 더불어 물리적 거주 환경 개선 등을 통해 자립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창현·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