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앞 복도를 점거하고 있다.
극단화된 팬덤정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패배를 부정한 의회 점거 폭동 사건은 팬덤정치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우리나라도 다를 건 없습니다. 팬덤정치가 우리 정치사에 없던 건 아닙니다. 팬덤정치의 1세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였습니다. 2세대는 박사모(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달빛기사단과 문꿀오소리 정도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3세대 팬덤정치가 정치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연임이 확실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개딸(개혁의딸)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하는 위드후니(with후니)가 3세대 팬덤입니다.
팬덤정치는 차기 권력을 향해 움직입니다. 공백이 잠시 있었을 수 있지마2세대 팬덤이 3세대 팬덤으로 넘어오는 과정이 그렇습니다. 이 전 대표와 한 대표가 양당의 유력 주자이기 때문입니다.
개딸의 첫 출발을 거슬러 올라가면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0.74%의 패배를 한 직후입니다. 당시 이재명 전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은 일주일 만에 회원 수 1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과거 정치인 팬클럽이 상대 후보를 향한 '증오와 배격'에 초점을 맞췄다면, '재명이네 마을'은 '덕질'(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파고드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하지만 지금의 '개딸'은 팬덤정치 폐해의 온상입니다. 개딸의 극단적 행태는 여당의 공격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팬덤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공언하며 개딸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아왔던 한 대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출발이 늦었을 뿐입니다.
가입자 9만을 넘겼다는 '위드후니'의 출발 역시 개딸의 첫 출발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 대표 당선 이후 안정적 리더십 확보가 주요 과제로 꼽히자 그들의 덕질은 한 대표 지키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당시 정점식 정책위의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들어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한쪽이 일방적으로 악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위드후니가 성장하면 그에 맞서 개딸은 더 극단적으로 변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두 사람이 팬덤에 거리를 둘 수 있을까요. 거대한 이들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반복될 겁니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집단인 거죠.
하지만 방치해서도 안 됩니다. 포기할 수 없다면 바꿔야 합니다. 극단적 행동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내고 소수의 주동자들을 배척해야 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팬덤정치 문화가 중도를 끌어들여 차기 대권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6 의회 폭동이 우리나라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