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서 정국이 출렁일 전망입니다.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비롯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법안이 쌓여 있는데요. 민주당 8·18 전당대회 이후 이재명 전 대표와의 영수회담은 협치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거부권'과 '영수회담'이라는 양극단 카드가 전면에 선 셈입니다.
여름 휴가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충남 계룡대 계룡대 전시지휘시설을 방문해 격려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거부권은 기정사실…충돌 불가피
윤 대통령은 4박5일 간 여름휴가를 마치고 9일 복귀했습니다. 방송 4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이 그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윤 대통령에겐 재의요구 '여부'가 아닌 '시점'이 고민입니다. 여야가 영수회담·여야정 협의체를 띄운 상황이라 거부권을 밀어붙이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인데요. 방송 4법은 지난달 30일 정부로 송부돼 오는 14일까지 국회에 재의요구를 할 수 있고,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의 재의요구 시한은 20일입니다.
순서대로 방송 4법을 먼저 처리할지, 아니면 다른 법안과 함께 처리해 부담을 줄일지 문제만 남았습니다.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은 예고된 수순인데요.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협력하자고 하면 믿을 수 있겠냐"며 "초당적 협력에 가장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의 실천 의지"라고 압박했습니다.
'영수회담 빈손' 땐 파국 최고조…정국 분수령
공은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습니다. '거부권 행사'로 인한 파행 국면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인데요. 사실상 영수회담은 협치 물꼬를 틀 유일한 방법입니다.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에 대해 '당 대표 경선이 끝나고 나서 논의하는 게 순서'라는 입장이지만, 국회가 여야정 협의체를 들고나오면서 무조건 거절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앞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SBS>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경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지, 대결적 정국을 어떻게 해결할지 윤 대통령을 만나서 진지하게 대화하고 싶다"며 양자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이어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은 지난 7일 "경제 비상 상황에 대처하고 초당적 위기 극복을 위해 여야 영수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며 호응했습니다. 이후 여야는 극적인 '화해 무드'로 접어들었는데요. 이견 적은 민생법안에 대해 신속처리 하기로 합의했고, 나란히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도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전날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국민의힘 배준영·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의체 구성을 위해 회동했지만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 경색 풀린 사례가 존재합니다. 민주화 이후 첫 여소야대를 경험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거대 야당을 이끄는 김대중 당시 평화민중당·김영삼 통일민주당·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를 수시로 만나 남북 기본 합의서를 끌어냈습니다.
대표적 성공 사례는 지난 2000년 '의료대란' 국면에서 이뤄진 영수회담입니다. 김대중정부는 '의약분업' 추진으로 의사들의 반발을 사면서 '긴급 여야 영수회담'을 요청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는 예정대로 의약분업을 실시하되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약사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하기로 담판 지었고, 사회적 갈등을 해결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