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주요 보험사 임원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 맞추는 동시에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다만 자사주 소각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차일피일 미루는 등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임원 자사주 매입 잇달아
한화생명은 지난 7일 임원 5명이 총 6360 만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신충호 전무는 6429주를 주당 2800원, 총 1800만1200원에 장내 매수했습니다. 최영복 전무도 5100주를 주당 2760원, 1407만6000원에 사들였습니다. 박정식 상무는 2200주를 주당 2795원, 김준일 상무는 3500주를 주당 2765원, 최재덕 상무는 5700주 중 2000주는 주당 2730원, 3700주는 주당 2770원에 각각 매입했습니다.
한화생명 임원들은 올 들어 매달 꾸준히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임원 10명이 11만4414주를 한 주당 2600~3120원에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정부가 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발표하면서 한화생명 주식은 자산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인식됐습니다.
한화손해보험에서도 서지훈 부사장이 지난 5~6일 12차례에 걸쳐 회사 주식 1810주를 장내매수했습니다. 한 주당 매수 가격은 5520~5660원입니다. 한화손보 역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후로 자사주 매입이 가장 활발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한화손보 주가는 3000원대 후반이었지만 밸류업 효과로 인해 617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삼성화재의 경우 오정구 상무가 지난 6~7일 회사 주식을 200주 사들였습니다. 한 주당 34만3530원, 32만8000원에 각각 100주씩 매입했습니다. 삼성화재는 올해 1월19일 한 주당 23만1000원으로 저점을 찍었지만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후 30만원대 중반까지 급등했습니다. 지난 6월27일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에 세법상 인센티브 제공이 언급될 때는 주가가 39만3500원으로 최고점을 찍기도 했습니다.
증시 급락으로 상장 보험사들의 임원들이 저점에서 자사주를 활발하게 매입하고 있다. 사진은 코스피가 전 거래일(2776.19)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자사주 소각' 검토만 반복
그러나 상장 보험사들 전반적으로 자사주 소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곳은 없습니다.
삼성화재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 정책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화된 것이 없습니다.
다만 삼성화재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전부터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금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는 밸류업과 관계 없이 실적 개선에 힘입어 배당을 우상향하기로 한 자체 방침이었습니다.
상장 보험사 중 자사주 매입이 활발한 한화생명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주주환원책을 내놓겠다고 밝혔고 올해 3년 만에 주주배당을 재개했습니다. 다만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내용이 없습니다.
한화손보도 2018년 이후 5년 만에 주주배당을 재개한 바 있습니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가 안착하고 안정적인 이익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여부와 규모 등은 경영 상황과 지급여력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입니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힙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주주환원과는 별개입니다.
앞서 보험사들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주주환원 정책을 구체화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 간 정책이 엇갈리면서 선제적으로 주주환원책을 내놓기는 부담스러웠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주주배당 정책을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줬지만, 금감원은 지난해 IFRS17가 도입됐을 당시 새 제도가 완전히 정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추가 지침을 지켜본 뒤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고민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은 새로운 회계제도가 정착한 지 1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방안의 하나인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 보험사들은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통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질적 향상에 대한 자신감, 책임 경영으로 보여진다"며 "다만 자기 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할 때 그 목적에 대해 따로 의견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 투자의 측면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장 보험사들 전반적으로 자사주 소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곳은 없다. 왼쪽부터 삼성화재,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사옥. (사진=각사)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