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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기존 투자계획을 미루고 전략적 중요도에 따라 투자규모를 조정하는 등 투자 속도조절에 나선다.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다 납사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역래깅’으로 기초화학 부문에서 재고평가손실이 확대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투자계획 수정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롯데케미칼)
3개 분기 연속 적자…2분기 영업적자 1112억원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5조24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112억원으로 60.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손실은 1071억원으로 24.4%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이 이번 분기에도 적자를 낸 이유는 기초화학(기초소재, LC 타이탄, LC USA, 롯데GS화학) 부문에서 13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있다. 2분기 계절적 성수기에 들어섰고 긍정적인 환율 효과로 제품 스프레드가 확대됐지만, 역래깅 등 대내외 리스크와 함께 정기·간이보수 등 경상적인 비용이 발생하며 수익성이 떨어졌다.
특히 기초소재 사업은 납사가격이 하락하면서 160억원의 손해를 봤다. 역래깅은 원자재를 구매할 때보다 제품으로 만들어 팔 때 가격이 하락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을 뜻한다. LC 타이탄은 정기보수로 인한 기회비용 86억원과 재고 관련 손실 147억원을, LC USA는 간이보수에 따른 기회비용 185억원이 발생하면서 적자폭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롯데케미칼의 기초화학 부문이 다음 분기에도 적자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신증권(003540) 위정원 연구원은 “3분기에도 기초소재 부문의 적자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LC 타이탄 정기보수 종료 및 납사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소멸로 적자폭이 축소되겠지만, 6월 이후 중국 내 주요 에틸렌 설비 정기보수 종료로 2분기 대비 수급 개선세가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상운임 비용 증가와 함께 9월부터 LC USA 정기보수가 시작되면서 추가적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것이며 이 때문에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을 현 60%에서 2030년까지 30% 이하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신사업 육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초화학 대신 정밀화학과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의 신사업을 키워 사업 다각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기초화학 부문의 경우 대내외 리스크로 인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기업 성장과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다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CAPEX 올해 절반 수준으로 축소
롯데케미칼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따라 기존에 세웠던 투자계획 조정에도 나선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과 전방산업 수요에 연계해 기존 투자계획을 순연하고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항목은 축소해 현금흐름을 개선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는 자산 경량화 전략 2조3000억원, 투자 리스크 1조9000억원, 공장 운영 효율화 8000억원 등 잉여현금흐름(FCF) 총 4조9000억원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초화학 부문의 비핵심 사업과 자산 비중을 축소해 사업 전반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FCF가 2조~2조5000억원가량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고금리, 업황 회복 지연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당장 자산 거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양한 투자자들과 접촉하는 중이며 일부 프로젝트는 상당 부분 진도가 나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적지출(CAPEX)은 올해 약 3조원에서 내년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인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1~2년 전 중국 쪽 기초화학 범용 사업을 정리한 바 있고, 파키스탄 쪽에 있는 공장도 수익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고부가가치제품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자산을 늘리면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롯데케미칼의 흑자 전환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3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되면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과 중국 중심의 제조업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국제 유가와 석유화학 시황도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단기간 내 실적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아울러 “올해부터 약 3년간은 글로벌 에틸렌 증설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공급 부담이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누적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둔화 리스크는 흑자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