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17: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위메프·티몬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에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라인 쇼핑 규모는 급증했지만 정산기한이나 상품권 발행 관련 법령은 미흡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이커머스 업체가 정산기한을 늘리고 판매대금을 유동성 수단으로 활용해 기업의 부실을 판매자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출혈경쟁 등으로 인해 만성 적자를 겪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이커머스 기업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티메프(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티메프가 이번 사태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서 티메프가 보유하던 점유율 8%를 확보하기 위한 이커머스 기업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국내 이커머스점유율 40%를 확보한 네이버쇼핑이 이번 사태의 반사효과를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높아지면서 최근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알리 등 글로벌 씨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로 소비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회생 가능성 낮은 티메프…쿠팡·네이버 반사이익 얻을까
13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이 법원에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한 'KCCW(K-커머스센터 포 월드)'라는 이름의 신규 법인 설립을 신청하고 1차로 설립자본금 9억9999만9900원을 출자해 사업 정상화에 추진한다. 하지만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등으로 인해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에 대한 채무자와 판매자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회생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피해자들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책임 회피성 계획이라며 자구안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이달 12일에도 판매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산금을 단기간에 유용해 채무 불능한 상태를 만든 경영진이 새로 만들어질 신규 법인은 과연 잘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신규법인을 위한 초기의 막대한 투자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티메프의 회생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티메프가 확보했던 점유율 8%를 확보하기 위한 이커머스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이미 양강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쿠팡과 네이버의 시장 경쟁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우선, 쿠팡은 1400만 와우멤버십을 기반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앞서 와우멤버십 가격 인상을 발표한 이후 이달부터 인상된 가격이 적용되기 시작했지만, 지난달 쿠팡 사용자 가운데 이탈률은 8.8%에 그쳤다. 무제한 무료 배송과 쿠팡플레이 시청, 쿠팡이츠 할인 등 다양한 서비스가 연계돼 편의성이 높은 만큼 와우멤버십을 이탈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가운데 올해 쿠팡은 3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7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압도적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최근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검색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배적 포털 사업자라는 점에서 높은 성장률을 이어왔다. 경쟁 커머스 사업자들도 네이버에 제품 검색이 되기 위해 상품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해야 했다. 이를 통한 가격비교 서비스와 마일리지 포인트 적립 등이 네이버쇼핑을 키운 요소로 꼽힌다. 최근 이커머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중이나 여전히 매년 거래액이 10%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쟁력이 지속되면서 증권가 등에서는 이번 티메프 사태로 인해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총거래액(GMV)이 네이버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알리·태무 등 씨커머스 업체도 본격 경쟁 참여 전망
이 가운데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 기업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 안드로이드 OS기준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사용자수는 414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3월 462만명으로 월간이용자수가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올해 1월부터 7개월간 평균 이용자수는 417.86만명으로 40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초저가 '갓성비'를 강점을 내세운 또 다른 씨커머스 기업 테무는 월평균 이용자수가 423.57만명에 달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7% 점유율을 차지하며 이용자수 상위 5위권에 드는 11번가의 월평균 이용자수는 같은 기간 549만명으로, 테무와 11번가의 월평균 이용자수 격차는 125.43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11번가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온(4.9%)의 월평 균이용자수인 174.86만명 보다 이미 2배 이상 많은 상황이다.
알리가 지난해 3월, 테무가 지난해 7월 국내 시장에 진출해 이제 막 1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늘린 셈이다. 통계청이 제시한 중국 직구 국내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2019년 7000억원, 2020년 1조3000원, 2023년 3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4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씨커머스 업체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다. 플레이스토어 내 리뷰를 살펴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 대한 평균 평점은 4.5점으로 나타났다. 한 이용자는 "같은 제품이라도 저렴한 경우가 많고 물건이 많다. 반품할 때 환불이 빠르다"라면서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장점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환 건국대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티몬과 위메프가 시장에 나왔을 때 유일하게 인수에 나섰던 기업이 큐텐이다. 이는 쿠팡이나 네이버 등 소수의 업체를 제외하고 경쟁력 있는 이커머스 기업이 없고 산업 자체가 어려움을 의미할 수 있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셀러(판매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 쿠팡과 네이버 뿐만 아니라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에 대해서 국가적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방문 유지 실패 등 씨커머스 지속 가능성 의구심도
씨커머스 기업에게 인터넷 침투율 글로벌 1위, 이커머스 시장 규모 글로벌 인프라로 관련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데다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시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알리익스프레스 한국에서 K-밸류 출시를 통해 신선식품을 포함한 현지 브랜드를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알리익스프레스 앱에서 현지 브랜드관을 별도로 오픈한 나라는 아직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는 글로벌기업인 알리바바를 모회사로 둔 만큼 탄탄한 자금력과 재무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매출액은 지난해 회계기준 8687억위안, 영업이익은 1004억위안으로 영업이익률이 11.6%에 달했다. 유동비율도 181.12%에 달했다.
테무의 모기업인 핀둬둬(PDD) 역시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476억위안, 영업이익은 587위안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이 23.8%에 달했다. 유동비율은 192.77%에 달하며 200%에 육박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전용 전화상담 고객센터를 개시하고 배송기간을 3~5일 단축, 상품결제완료일부터 90일 이내 무조건 반품·환불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테무 역시 상품결제완료일부터 90일 이내 첫 번째 반품 신청 시 무료, 구매 후 30일 이내 해당 제품이 할인 된 경우 차액을 지불하는 등 국내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씨커머스의 지속 가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플랫폼들이 한국에 진출한 후 단기 프로모션으로 유저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프로모션 종료 후 유저들의 재방문율(잔존율)을 유지하는데 실패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우티(우버-SKT) 역시 택시비 할인 혹은 쿠폰 프로모션 진행 시 트래픽 증가를 경험했지만 일시적일 뿐이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트래픽을 빠르게 증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판매자 수수료 면제 프로모션도 올해 9월 종료 예정이다. 천억 페스타 역시 알리익스프레스가 수익성 저하를 감내한 초기 프로모션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사용자수는 지난 3월 이후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테무 역시 지난 4월 498만명으로 최대 사용자수를 기록한 이후 5~6월 465만명, 7월 442만명으로 줄었다.
박초화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씨커머스가 현재 단기간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모션 을 통해 국내 커머스 산업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추후 사업의 진척도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11번가의 아마존 직구와 같이 일시적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