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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검찰총장의 '법리와 원칙'
입력 : 2024-08-15 오전 6:00:00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첫 일성은 "법리와 원칙"이었습니다. 심 후보자는 지난 11일 대통령실의 인선 발표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맡은 전·현직 영부인 수사 지휘와 관련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형사1부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를, 형사2부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외유 의혹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법리와 원칙'은 심 후보자만 강조한 것은 아닙니다. 한달 뒤면 2년간의 총장직을 마무리하고 물러나는 이원석 검찰총장도 '법리와 원칙'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습니다.
 
지난 5월 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지휘부가 전원 교체된 이후 출근길 인터뷰에서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에 대해서도 "법리와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소환 여부를 둘러싸고 서울중앙지검과 갈등이 불거졌을 때는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해 얽힌 '법리와 원칙'
 
'법리'의 사전적 의미는 '법률의 원리'입니다. 간단합니다. 그런데 법학의 관점에서 법리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수사든, 판결이든 감정을 지닌 사람이 끼어들기 때문입니다.
 
법학용어로 법리는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정법과 판례 또는 학설을 소재로 만들어진 구체적 법명제의 체계적 집합으로 정의합니다. 이렇게 되면 어렵습니다.
 
다시 말하면, 법리는 법률의 문구를 기반으로 해석과 적용 단계에서 법적 안정성을 지켜내면서 모두가 수긍할만한 결론을 도출는 과정입니다.
 
모든 측면에서 같은 사건은 드물고, 원칙과 예외가 뒤섞여 법리는 복잡하게 얽힙니다. 검사의 기소에 대해 변호인의 반박, 판사의 판결까지 법리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수사와 기소에 이른 과정에서 '검사의 법리'가 항상 옳을 수만은 없다는 겁니다. 흔히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법적 명제가 입에 오르내립니다. 이 말에는 '법리는 판사의 영역'이라는 의미와 상통합니다. 형사재판이든 민사재판이든, 결국 법리적용의 최종 열쇠는 사법부가 쥐고 있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원칙'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입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도덕적 판단에 더 가깝습니다.
 
원칙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적어도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최소한의 판단선'은 있습니다. 그런 '도덕의 최소한'이 원칙일 테고, 법은 그런 원칙의 집합으로 작용돼야 할 겁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사진=뉴시스)
 
'법리와 원칙'…'기본과 상식'
 
최근 김건희 여사 수사 등에서 보는 모습을 보면, '법리와 원칙'에 대한 강조는 난무하는데, 검찰의 태도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듭니다.
 
대통령 경호실 안가에서 검사가 무장해제된 채 대통령 배우자 수사를 하고, 검찰총장에 뒤늦은 '통보식 보고'를 하면서 내부 갈등만 고조됩니다. 서민의 시선에서 볼 때 "이건 아닌데" 싶은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우정 후보자는 이변이 없는 한 제46대 검찰총장에 임명될 겁니다. 지명 첫 일성이었던 '법리와 원칙'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주목됩니다. 앞으로도 검찰총장들은 '법리와 원칙'을 외칠 겁니다. 그런데 국민들은 복잡한 '법리와 원칙'보다 단순한 '기본과 상식'이 듣고 싶습니다.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
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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