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향후 1년간의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이 두 달간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물가 상승률 인식이 0.1%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내려가지 못하고 사실상 멈춰있는 겁니다.
추석을 앞두고 폭염·태풍에 따른 농산물 불안요인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행렬, 가스·전기료·상하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 우려까지 하반기 물가를 향한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20일 한국은행의 '2024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 인식은 3.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20일 한국은행의 '2024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향후 1년간의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같은 2.9%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두 달째 기대인플레이션 '멈칫'
향후 1년간의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같은 2.9%로 집계됐습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2년4개월(2022년 3월, 2.9%)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나 사실상 두 달째 멈춰 있는 상황입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폭염 등 기상 여건 때문에 농산물 가격 상승 전망이 나오고 하반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요인도 남아있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더 내려가지 못하고 멈칫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소비심리는 악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 경제 상황의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월 100.8로 전월대비 2.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기준값인 100보다 크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당 지수는 지난 5월 98.4에서 6월 100.9로 올라선 이후 석 달 연속 100선 위를 유지했지만 이달 2.8포인트 낙폭을 기록하면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락 배경에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른 주가 급락과 이커머스 대규모 미정산 상황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올해 추석 수요에 대비해 배추 농가들이 8월 하순 이후 출하면적을 늘리면서 8월 상·중순 출하 면적은 줄어든 상황"이라며 "최근 고온으로 생육부진까지 더해져 현재 산지 출하량이 급감했으나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시스)
히트플레이션에 태풍 우려까지
무엇보다 하반기에는 물가 도미노 인상 압력이 도사리고 있어 소비심리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중 농산물 가격은 추석을 한 달 앞두고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장마·폭염에 이어 태풍 영향권까지 가중되면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겁니다.
열을 의미를 '히트(Heat)'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히트플레이션'이 밥상물가에 영향을 주면서 무 1개당 평균 소매 가격이 전월(2517원)보다 33.49% 상승한 3360원(19일 기준)을 기록했고 건고추, 마늘 등의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김장철을 앞두고 고춧가루 가격도 1kg당 12.1% 오른 3만5068원을 기록했습니다. 고온으로 생육부진이 더해진 품종 중 여름 배추는 단수(단위면적당 수확량)가 줄었습니다.
현재 평균 소비자가격은 포기당 5862원으로 전년 동월비 5.2%, 평년 동월비 5.6% 오른 상황입니다. 태풍 우려와 관련해서는 과수원, 축사, 가축매몰지, 수산양식 시설 등 긴급 정비를 조치한 상태입니다.
정원석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은 보고서를 통해 "이상기후는 식료품에 대해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구체적으로 최근기간(2001~2023년)의 경우 산업생산 증가율이 1년 후 약 0.8%포인트 정도 하락하게 되고 식료품 인플레이션은 지속 기간이 9개월 정도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 품목, 식료품, 과실, 채소 등에 관련된 소비자물가지수의 필립스 곡선을 추정해 보면 2010년 이후 대부분 이상기후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왔다"고 강조했습니다.
20일 한국은행의 '2024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현 경제 상황의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월 100.8로 전월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억누른 물가…줄인상만 남았다
특히 정부가 억눌러온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보류도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인상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오뚜기의 경우 가격 인상 철회 10개월 만에 주요 제품 가격을 7~15%가량 인상한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 등 음료 가격을 최대 600원 인상했고 롯데리아의 경우 햄버거 가격을 2.2% 인상했습니다. 배달의민족 중개수수료 인상에 따른 후폭풍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배민은 지난 9일 중개수수료를 기존보다 3%포인트 올린 9.8%로 인상한 바 있습니다.
공공요금 인상도 예사롭지 않을 전망입니다. 올해 12개 시·군가 상수도 요금을 인상한 데다, 14개 시·군이 하수도 요금을 인상한 상황입니다. 총선 이후 미뤄왔던 전기·가스요금의 인상 압박도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는 늦으면 올해 4분기 가시화될 수 있는 만큼, 변수적 물가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부담도 물가 자극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반해 가계대출 조이기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줄인상하면서 소비불안심리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125) 이후 최고치로 22일 예고된 기준 금리 조정 여부에 부정적 지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12일 인천 부평구의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들이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