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문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 권한 확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메리츠증권과 이화그룹(
이화전기(024810)·
이트론(096040)·
이아이디(093230)) 간 불공정거래 의혹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는데요. 글로벌 주요국 대비 한정된 조사권이 문제란 지적이 나온 바 있습니다. 때문에 올해 국감에선 금융당국의 권한 강화를 위한 통신조회권·자산동결권 등의 조치를 담은 개선안의 입법화 필요성이 커질 전망입니다.
주요국 금융당국 조사권 현황.(사진=뉴스토마토)
23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조사권한을 강화하는 개선안에 대한 입법화 필요성을 재인식하고 있습니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해당법안들이 상정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통신조회권과 자산동결권 등 중요한 조사권한이 부족해 불공정거래 적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영국 금융감독청(FCA) 등 주요국의 금융감독기관과 비교할 때 상당히 뒤처진 부분입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SEC는 법원의 영장을 통해 통신 내용을 취득할 수 있고, 영국의 FCA는 통신자료 권한기관의 승인을 받아 통신자료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일본 금융청(증권거래등 감시위원회) 역시 법원의 허가장을 통해 통신기록을 압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금융당국은 이러한 권한이 없어 조사 과정에서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작년 메리츠증권-이화그룹 특수관계인 내부자 거래 의혹과 '라덕연 사태' 등에 대한 금융당국 조사가 미흡했던 점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했으며, 이화 그룹 회장 김영준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전 보유 주식을 전량매도한 것이 의혹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메리츠증권의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와 같은 불공정거래 의혹 사건은 보다 신속하게 조사되고 제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과 이화그룹 불법 거래 사례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통신 조회권이 있다면 혐의사실을 입증하기가 더 수월해져 이러한 사건들을 미리 차단하고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검찰도 그에 따라 수고를 덜하고 기소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혐의자들 간의 통신 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조사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현재 금융 당국이 이를 조사 단계에서 확보할 수 있다면 수사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한 자산 동결권의 도입 필요성도 언급됐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자산을 빼돌리는 경우, 이후 몰수 추징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현행 제도 하에서는 검찰이 기소 전 보존 처분을 통해 자산을 동결할 수 있지만, 이는 이미 수사가 상당히 진전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조치로, 금융 당국이 초기 단계에서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인 불법 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내부통제 관리 부실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세범죄조사부는 메리츠증권 전 임원 박모씨, 전 직원 이모씨 등 3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수·증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작년에 거래정지 된 이화전기 사태와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가 계속 진행 중입니다. 메리츠증권은 작년 5월 이화그룹 계열 3사(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 주식 거래 정지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화전기 지분 전량을 매도해 100억원대 부당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메리츠증권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직무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전환사채(CB) 투자를 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