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민주당 후보 수락 연설을 시작으로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을 향한 70여일간의 진검승부가 막을 올렸습니다. 박빙의 지지율만큼이나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대조됩니다. 그런데 민주·공화당이 각각 발표한 정강에 한반도 비핵화가 생략되고 대중국 전략을 강조한 걸 고려하면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향후 외교 정책은 대중국 정책에 쏠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주요 외교 정강정책. (그래픽=뉴스토마토)
뒷전으로 밀린 '한반도 비핵화'…커지는 '우려'
23일 민주·공화당이 발표한 정강의 외교 정책을 종합하면 북한 비핵화가 생략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맞춰 공개한 민주당 정강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이 강조돼 있지만 '비핵화'라는 문구는 빠졌습니다.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당시 정강에는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외교 캠페인을 구축한다"라는 표현이 담겼는데 이번에는 삭제된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가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민주당 정강에도 북한·이란과 러시아의 안보 협력 관계를 저지하기 위해 유럽 및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동맹 중시' 기조를 강조합니다. 이는 핵 억제력 강화 방안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민주당 새 정강 작성에 참여한 콜린 칼 전 미 국방부 정책 차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현실적으로 단기적 관점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시급히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는데요. 북한의 비핵화를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한반도 대치 국면 역시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발표된 공화당 정강을 봐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공화당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직전 대선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대북정책 목표로 반영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거래를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내겠다는 건데요. 이 경우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핵 감축·동결을 목표로 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소외되는 방식이자, 우리가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괴리가 큽니다.
여기에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연설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동맹국들의 공동방위 투자 의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동맹을 거래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건데,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공화당 정강에는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을 언급 과정에서 한국·일본·대만 등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다만 "강력한 국가·주권국·독립국을 옹호할 것"이라고만 서술하는데, 아시아 지역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4일차에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중국 정책에 '비중'…강경 기조 속 불확실성 ↑
대선을 3달여 앞두고 본격적으로 맞붙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외교 정책의 초점은 중국에 맞춰져 있습니다.
민주당 정강은 중국을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합니다. 특히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있고, 그것을 실행할 군사, 경제, 외교, 기술적 역량을 보유한 유일한 행위자"라고 설명하는데요.
이들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등의 분야의 대중 제재를 예고합니다. 그러면서도 디커플링(완전한 분리) 전략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서의 중국과 협력 여지는 남겨놨습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보로의 항공박물관에서 유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도 높은 수준의 제재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할 만큼 강경한 태도를 보입니다. 이는 디커플링 전략으로의 회귀를 공언한 겁니다.
대만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대만이 방어를 위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방위비 인상을 요구했는데요.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에도 파장이 불가피합니다.
결국 누가 당선되든 미·중 패권 경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경제·안보 불확실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