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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23일 16:2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저렴한 중국산 철강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가 자국 내 철강 과잉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을 늘린 결과다. 이에 미국은 공정한 무역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관세를 대폭 인상해 두 국가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두 나라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갈 곳 없는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전망해 보고, 이로 인한 국내 철강 산업이 받는 영향 및 향후 국가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수립 가능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 등 국내 고로사들이 낮은 가격으로 무장한 중국산 철강에 대적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중국산 철강의 품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는 데다 가격이 국산 철강보다 낮아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는 투자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산 철강이 비교적 뒤처진 영역인 저탄소 철강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도 저탄소 철강 영역을 강화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비용 문제로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라 저탄소 철강이 국내 기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감축이 가능한 전기로(사진=현대제철)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투자액 증가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로 수입되는 후판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후판은 열연강판을 판 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로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총 77만7000톤으로 지난해 상반기(71만1000톤)에서 9.3% 증가했다.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중국산 철강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며 품질이 괜찮아지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며 중국산 철강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중국산 철강 사용 비중을 20%에서 25%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철강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국산 철강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다. 올해 2분기 포스코의 철강 판매량은 785만8000톤으로 지난해 2분기(848만2000톤)보다 7.4% 감소했다. 현대제철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489만7000톤에서 439만4000톤으로 10.3% 줄었다.
판매량이 줄면서 영업이익도 하락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853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8.4% 감소했으며,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1538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0.8% 줄었다.
수익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투자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현재 철강 가격이 수요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지만, 세계 각국의 규제에 따라 저탄소 철강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포스코의 유·무형자산 취득액(CAPEX)은 1조953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9394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현대제철 역시 CAPEX 규모를 지난해 상반기 273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9855억원으로 3.6배가량 늘렸다.
우선 포스코는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광양 제철소에 전기로를 신설 중으로 투자 규모는 총 6000억원이다. 전기로는 철스크랩(고철)을 원료로 철강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철광석을 원료로 하는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70%가량 줄일 수 있다.
현대제철은 코크스(용광로를 가열하는 연료) 건식소화설비 투자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CAPEX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설비는 연료를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전력 생산에 사용할 수 있어 전력 사용량 감소에 따른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 올해 상반기 현대제철이 전력 및 연료비에만 1조3200억원을 장기적으로 지출 감소 효과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저탄소 철강 생산 계획이 마련된 만큼 현재 철강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 말했다.
중국의 저탄소 추격 ‘과제’
중국 철강 업계 역시 전기로를 대거 확충하며 저탄소 철강 생산 인프라를 늘리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 내 신규 허가된 철강 제조 설비는 모두 전기로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향후 저탄소 철강 생산량 비중은 장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전망과 달리 현재 중국 현지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 비용 문제 등으로 저탄소 철강 생산을 늘리기 어려운 실정으로 전해진다. 중국 철강업계는 2025년 전체 철강 생산량의 15%를 저탄소 철강으로 채운다는 계획이지만, 현지 경기 부진에 따른 비용 문제 등으로 목표대로 저탄소 철강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로 가동률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전기로를 가동하는 현대제철의 가동률은 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중국 경기가 회복돼 철강 가격이 상승할 경우 저탄소 철강 영역에서도 경쟁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의 가장 큰 과제로는 앞으로도 저탄소 철강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게 과제가 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한 카드로 수소환원제철을 꼽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생산 시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탄소 배출이 없는 기술이다. 올해 1월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했고, 지난 4월에는 수소환원제철 시험 설비 일부를 가동해 기술 실증 단계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2030년을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국내 철강사들의 CAPEX도 철강 경쟁력을 강화 차원에서 큰 변동없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POSCO홀딩스(005490))에 따르면 철강 및 소재 사업 등의 중기 투자 계획에 다소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 규모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투자를 통해 저탄소 철강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은 차질 없이 투자가 예정되어 있으며, 그 중간 단계로 전기로 착공에 돌입하는 등 저탄소 철강 생산을 확대 중”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