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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걸렸다 부산저축은행"..웃고 있는 중수부?
조직 폐지·수사권 조정 등 존폐걸린 현안 잠재워
입력 : 2011-06-02 오후 3:19:36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그동안 할 일이 별로 없었던 대검 중수부한테 제대로 걸린거지." 
 
지난 2009년 5월23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비리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와 자제력 잃은 수사로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가 화려하게 부활하는 모습이다. 
 
대검 중수부는 2009년 5월 이후로 2년 가까이 폐지 압력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국면이 바뀌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부실 및 비리 사건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정관계와 금융계에 대한 전방위 수사는 국민과 여론을 향해 대검 중수부가 왜 존재하는지를 과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실제로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논의중이던 대검 중수부 폐지는 사실상 무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은 덤으로 경찰에서 요구하고 있는 수사권 독립 문제에 있어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양상이다.
 
◇ "잘 걸렸다 부산저축은행"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해서는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중인 부산저축은행그룹을 비롯하여 서울중앙지검의 삼화저축은행, 춘천지검의 도민저축은행, 광주지검의 보해저축은행 등 동시다발적으로 수사가 진행중이다.
 
그런데 대검 중수부는 유독 부산저축은행을 타깃으로 삼았다. 왜 다른 저축은행 사건은 일선 관할 검찰에 수사를 맡기면서 부산저축은행은 대검 중수부가 스스로 떠맡고 나섰을까? 그것도 지난 2년 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있던 대검 중수부가 말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부산저축은행그룹 경영진이 주로 광주일고 등 호남인맥이라서 전 정권과 연관된 사건으로 청와대의 하명으로 수사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청와대가 내놓고 있는 설명을 보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호남 인맥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2일 검찰에 소환된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비록 광주일고 출신이긴 하지만, 현 정권에서 잘 나가고 있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1일 퇴임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전현직 관료들의 신임을 받은데다  한나라당 정무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을 거친 전력을 볼 때 이런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감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세상이 다 아는 여권 인사다.
 
"검찰이 애초 어떤 의도를 가지고 수사를 시작했는지가 중요치 않아졌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적어도 현재 진행중인 대검 중수부의 수사는 특정 정치세력을 의식하지 않는 행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부장 출신의 한 로펌 변호사는 "어떻게 검찰 수사가 시작됐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며 "지금 대검 중수부의 모습은 '이래서 대검 중수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검 중수부 입장에서는 한 마디로 '잘 걸렸다 부산저축은행'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수사가 시작되었든 이미 대검 중수부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기 위한 수사로 달려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 검찰 칼끝 어디까지?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될까? 이 지점에서는 한국 사회 특유의 지연, 학연, 혈연 등 인맥 중심의 연고주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사 및 참고인 조사 대상자로는 이미 구속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김광수 FIU 원장, 정선태 법제처장 등 관계 인사는 물론이고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 이영희 아시아신탁 회장 등 금융계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마당발'로 통하는 브로커 박태규씨를 통해 정치권 인사의 이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박종록 변호사는 청와대쪽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박 변호사와 친분이 있거나,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잠재적인 참고인 혹은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구체적인 범죄의 정황이나 증거를 통해 조사대상을 특정하겠지만, 향후 검찰 수사가 어느까지 치달을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은 유일한 집단은 정치권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특검을 제안했지만, 검찰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임기를 두 달 정도 남겨둔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달 30일 주례 간부회의에서 “사회지도층이 얽혀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저축은행 비리를 끝까지 수사해 남김없이 밝혀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뉴스토마토 권순욱 기자 kwonsw8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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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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