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7일 열린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에 대한 재판에서 김앤장의 백창훈 변호사는 대신증권 매매 통계를 제시하며 "ELW 매매에 있어서 일반투자자와 스캘퍼와 실제로 경쟁하는 부분은 LP가 호가를 변경하기 직전의 아주 미세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스캘퍼 때문에 일반투자가가 주문 체결이 안된 경우는 2010년 12월에서 2011년 2월까지 3개월 간 통계를 보면 0.008%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변호인 측이 제시한 통계를 보면 3개월 간 일반투자자의 매매 건수는 69만7724건이었고, 이 가운데 매매체결이 안된 경우는 56건이었다. 즉 오버나잇(overnight)이 1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특히 "알고리즘 매매 때문에 일반투자자가 손실을 입었다면 전용선 도입 이후에 손실이 더 커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통계를 보면 전용선 도입 이전까지 일반투자자의 손실이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는 오히려 완만해졌다"고 주장하며 통계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변호인 측은 "일반투자자의 손실은 스캘퍼 때문이 아니라 방향성 예측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고, 대박을 노린 투기적 투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금감원 자료를 제시했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일반투자자의 평균 투자금액은 400만~500만원으로 복권 사듯이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투자금액이 작아서 주로 권리행사 가능성이 낮은 저가 ELW를 주로 투자하고 있고, 투기적 성향이 강하다고 금감원이 지적한 내용을 제시했다.
실제로 ELW 풋을 사놓고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 사제폭탄을 터트린 사례가 제시되기도 했다.
변호인 측은 특히 외국에서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 DMA(Direct Market Access)를 들어 스캘퍼에게 제공한 전용선은 국제적 추세라는 점도 강조했다.
◇ "ELW투자 핵심은 '시간가치'"..검찰 재반격
'속도'로 시작된 쟁점은 '방향성'을 거쳐 '시간가치'로 옮겨갔다.
먼저 ELW는 옵션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떨어져서 만기가 도래하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7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기관이든, 스캘퍼든, 일반투자자든 시간가치를 보고 투자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더 나아가 "검찰은 매도에 더 초점을 둔다. 이익실현 과정이기 때문이다. LP가 매수해주는 물량을 스캘퍼가 먼저 매도하면 나머지는 잔량이 된다. 즉 손실이 된다"고 말했다.
overnight으로 하루가 지나면 자동으로 시간가치 감소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ELW 가격이 내려가고, 이것 자체가 바로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손실이고, 그 손실은 스캘퍼가 전용선을 통한 알고리즘매매로 일반투자자에 비해 더 빠르게 매도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한발 더 나아가 검찰은 쟁점을 좀더 구체화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증권사 외부의 전용선은 문제삼지 않는다. 증권사 내부에 전용선을 탑재하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기소된 12개 증권사는 증권사 내부에 전용선을 마련해 스캘퍼들에게 편의를 제공했고, 검찰은 이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속도'를 문제삼는 것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분명히 했다. 검찰은 "속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매매계약이 체결되느냐 아니냐가 핵심"이라며 "속도 차이가 매매를 좌우하고 있어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은 이런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하지만 매매시스템과 관련된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법률 등 관련 규정의 해석 문제와 금융감독당국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