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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유학생 간첩사건' 34년만에 무죄 선고
피해자들 "다시 학교 다니고 싶다"
입력 : 2011-09-23 오후 2:11:10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반국가단체인 '재일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에 국가기밀을 넘겼다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김정사(56)와 유성삼(57)씨에게 34년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한민통은 북한의 지령을 받는 단체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민통 결성을 준비하고 의장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할 때 동원된 대표적인 유신정권 간첩조작 사건이다.
 
서울고법 형사8부는 23일 김씨 등이 청구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에서 종전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970년대 재일동포 출신으로 각각 서울대 법대와 한양대 의대로 모국 유학을 온 김씨와 유씨는 전방견학을 하면서 탐지한 국가기밀을 한민통 소속 공작원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로 1977년 4월 국군보안사령부에 체포돼 그해 6월 간첩혐의로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3년6월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한민통을 북한의 지령을 받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했고, 이에 따라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서도 사형선고를 내리는 주요 근거로 인용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영장 없는 구속과 고문에 의한 자백은 증거가 되지 못하고, 김씨가 일본에서 한민통 대표를 만났을 때 그가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긴급조치 9호는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이나 현행헌법에 비춰볼 때 표현의 자유나 청원권을 제한해 위헌이므로 긴급조치 위반 혐의도 무죄"라고 밝혔다.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법정에 출석한 김씨는 무죄가 선고된 뒤 "학생시절에 그런 일을 당했으니까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공부를 못했다"며 "무죄를 받았으니까 나이가 들었지만 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유씨는 "재일교포 간첩사건 피해자가 거의 160명이나 있고, 재심 신청을 한 사람이 20명은 더 있다"며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국가가 재심을 하고 그 사람들의 인생을 보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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