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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정부'..도박관광으로 내수활성화?
카지노 사전심사제·선상 카지노 도입 우려 고조
입력 : 2012-08-24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은 카지노 사전심사제 도입과 선상 카지노 도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박, 사행성 산업 확대로 경기 진작 효과보다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모두 979만4796명을 기록했다. 이 중 21.4%인 210만698명이 카지노를 이용했다. 이들이 카지노에서 쓰고 간 돈은 1조1256억원으로 1인당 53만원을 지출한 셈이다.
 
카지노 사전심사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내수활성화 대책의 핵심 내용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관 합동 집중 토론회'에서 카지노 사전심사제의 조기 도입을 강력히 주문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3일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전심사제' 도입을 명문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관련 법령 제정중이다.
 
카지노 사전심사제는 경제자유구역에서 사업계획서 등 서류 심사만으로 복합리조트 내 카지노 면허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현행 경제자유구역법은 외국 자본이 5억달러 이상 투자 계획을 세우고 이 중 3억달러 이상을 실제 투자한 후에 문화체육관광부에 영업허가를 신청토록 하고 있다. 허가 신청 시에는 특1급 호텔 또는 국제회의 시설이 완공돼 있어야 한다.
 
카지노 사전심사제가 도입되면 외국인 투자자는 5000만달러만 낸 후 문체부 장관에게 사전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문체부 장관은 사전심사 신청 60일 이내에 적합 여부를 통보해야 하며, 적합 통보를 받은 외국인 투자자는 2억5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카지노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카지노를 개설한 뒤 2년간 총 5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된다.
 
정부는 선투자한 후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위험성이 있어 투자 심리가 위축된다고 보고, 투자 확실성을 높이고 초기 리스크를 줄여 개설 신청을 쉽게 만들 계획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싱가포르, 미국, 유럽 등에서도 세수확대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행산업 허가를 확대하는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세계 사행산업 순매출 규모는 지난해 4200억달러로 전년 3900억달러에 비해 약 6% 증가했다.
 
그러나 카지노 사전심사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대부분의 국가가 사행산업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경제자유구역은 모두 6곳(인천, 부산·진해, 광양, 새만금·군산, 황해, 대구ㆍ경북)이다. 정부는 당초 이 지역들을 국제 비즈니스 첨단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외국인 투자가 지지부진해 고민해왔다.
 
카지노 허가 규정을 완화할 경우 경제자유구역에 투자는 대폭 늘어날 수 있지만 부실 기업이나 단기 투기자본, 내국인의 우회 투자 등이 대거 유입돼 카지노가 난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경제자유구역이 '도박무풍지대'로 전락하는 것이다.
 
내국인 출입 여부도 뜨거운 감자다. 일부에서는 국내에 진출한 카지노업체들이 내국인 출입 허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샌즈 그룹과 MGM 등 미국 카지노 재벌들이 내국인 출입 허용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정부를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이 가능해지면 해당지역주민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이 모여 각종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지 않더라도 여권 위조 등 편법, 불법 행위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는 강력한 규제와 안전장치를 통해 부작용을 방지하겠다고 선언한 후 2010년 대규모 복합리조트 2곳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 열었다. 자국민에게는 하루 9만원의 입장료를 내게 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지만 2년 만에 파산, 감금, 가정폭력, 가족해체, 신분위조 등 카지노중독 범죄가 급증했다.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자 싱가포르 정부는 내국인의 출입 횟수를 제한하고, 상시 출입자에 대해 세무조사까지 벌이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심각하다. 국내 도박 중독자는 230만명으로 성인의 6.1%가 도박 중독을 앓고있다.
 
도박중독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전종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0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09년 카지노, 경마, 복권 등 전체 사행산업의 매출 규모는 16조5337억 원, 도박 중독자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그보다 약 5배 많은 78조2358억 원으로 추정됐다.
 
카지노로 인한 세수증대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0년 강원랜드가 올린 순매출은 1조2534억원이지만 국세 1558억원, 지방세 184억원 등 1742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순매출액 대비 조세기여율은 13.9%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도 다르지 않다. 전국에 있는 16개 외국인 카지노의 2010년 순매출은 1조56억원, 납부한 세금은 573억원으로 조세부담률은 5.7%에 불과하다. 이는 다른 사행산업인 경마(64.9%), 경륜(56.1), 경정(58.1%)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선상 카지노 허용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내국인의 통제가 어렵고, 외국의 크루즈선이 대부분 내·외국인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내국인의 출입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랜드가 유일한 상황에서 크루즈선 카지노가 허용되면 특혜 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 국적의 크루즈 안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치를 허가할 때 참조했던 ‘전년도 외국인 수송실적’기준을 삭제하고 2만t급 이상 여객선으로 기준을 상향 조정한 점도 '클럽하모니호' 밀어주기라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취항한 2만6000천t급 크루즈선인 클럽하모니호는 국내 척 국적 크루즈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기 때문에 외국인보다 내국인 수송객이 더 많다. 현재 클럽 하모니호 내부에는 카지노 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허가 문제로 운영되지는 않고 있다.
 
카지노 산업의 특성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고용창출 등 연쇄효과를 노린것"이라며 "카지노는 하나의 유인책일 뿐이며 각종 부작용 발생은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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