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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뭐하나'..하우스·렌트·캠퍼스푸어 양산 '외면?'
하우스푸어, 전세금 부담 렌트푸어에 떠 넘겨
입력 : 2012-11-21 오전 10:12:40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하우스푸어에 이어 과도한 전·월세 부담에 허덕이는 '렌트푸어'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받은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생계까지 위협받는 '캠퍼스푸어' 등 또 다른 금융 취약 계층까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새로운 '푸어' 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렌트푸어 증가로 가계건전성 악화..정부·금융당국 '모르쇠'
 
21일 금융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우스푸어 증가가 저신용자, 젊은 세대을 중심으로 한 렌트푸어 증가로 이어지면서 가계신용도를 위협하고 있다.
 
신용평가업체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지난 19일 가계신용시장의 성장성과 건전성을 보여주는 '가계신용시장 모니터링 지수'가 3년 연속 하락해 올 상반기 99.8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저신용층을 중심으로 모든 등급에서 '불량률'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량률이란 최근 1년 사이 채무 불이행으로 은행연합회에 통보되거나 3개월 넘게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대출자 비율을 말한다.
 
NICE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빚을 연체한 대출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0.26%포인트 오른 2.21%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이 7~10등급에 속하는 저신용자들의 불량률이 빠르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가계건전성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과도한 부동산 담보대출로 인한 부담이 다른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이후 주택시장 부진과 가격 하락하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된 하우스푸어들이 늘어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줄고, 전세를 찾는 사람은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또 집을 가진 세입자들이 보유한 주택에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 전세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무주택 가계의 고충은 배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나치게 비싼 집을 소유한 하우스푸어들이 규모를 줄여 전세로 옮겨간 후 보유 주택을 전세로 내놓는 방법을 택하면 전세가격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하우스푸어들의 부담이 주로 저소득자나 젊은 세대로 옮겨가면서 렌트푸어를 양산한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에 하우스푸어 책임을 떠넘긴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하우스푸어 구제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기대이하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다른 은행들은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운용 학자금 대출도 고금리..‘캠퍼스푸어’ 양산
 
대학 등록금이나 생활비 마련을 위해 빚을 돌려 막다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져 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운용하는 학자금 대출마저 고금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직접 '캠퍼스푸어'를 키워내고 있는 셈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장학재단이 주관하는 학자금대출 금리는 올해 3.9%까지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결과다.
 
문제는 장학재단 출범 이전인 2005년 2학기부터 2009년 1학기까지 시행됐던 주택금융공사에서 시행한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이다. 이 대출은 최장 20년간 금리가 변하지 않는 고정금리 방식으로 6~7% 수준의 금리를 적용했다.
 
좀 더 싼 금리를 찾아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을 받은 학생들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보다도 높은 이자를 물고 있는 것이다.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잔액은 10월말 현재 무려 3조9509억원이다.
 
높은 연체 금리도 문제다. 정부보증 학자금대출과 장학재단의 학자금대출 모두 3개월 이하 연체시 연 15%,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연 17%의 연체 금리를 적용한다.
 
높은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연체율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10월말 기준 연체율은 5.85%으로 올 초에 비해 배로 늘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는 문제 의식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 한국장학재단 등 유관기관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금융권에서 대응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서 "금융당국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재정 투입 등의 사안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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