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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화업계 '비상'..美·中, 저가제품 공세 위협적
작년 상반기 범용제품 가격 t당 100달러 추락
입력 : 2013-01-31 오전 8:24:22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중동산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유입되며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중동산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 이후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범용제품 가격은 t당 10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업계는 최근 중국과 미국의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점차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중동과 미국이 설비 증가에 박차를 가하면서 범용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셰일가스·천연가스, 석유 중심 국내 업계 흔들어
 
실제로 미국과 카타르 등 중동지역에서는 셰일가스와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만드는 에탄 크래커 설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틸렌은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염화비닐(PVC)과 같은 합성수지에 필요한 대표적인 화학원료로, 셰일가스나 천연가스를 이용하면 에틸렌 제조원가는 t당 600달러로 원유를 이용해 만든 에틸렌 단가 1200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에틸렌은 PE나 PVC와 같은 합성수지에 필요한 대표적인 화학원료로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이 확대되면서 저가 에틸렌을 활용한 PVC, PE 생산을 늘리고 있다. 중동지역도 석유 채굴시 나오는 천연가스 기반의 석유화학제품 설비가 최근 증설을 거듭하면서 범용제품들의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세계 에틸렌, 프로필렌 증설투자에서 가스와 석탄 비중 크게 높아지고 있다(자료제공=LG경제연구원)
 
문제는 미국과 중동산 제품들이 국내 업체들의 주 수출국인 중국에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과 미국의 제품들은 운송거리 등을 감안해 유럽지역에 주로 수출됐다. 하지만 유럽의 재정위기가 불거진 지난 2011년 말부터 유럽의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미국과 중동의 석유화학제품은 중국으로 집중 유입됐다.
 
그 결과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은 '반토막' 났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 1위 기업인 동시에 가장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LG화학(051910)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30%나 급감했다.
 
◇"국내 업계 대비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초래"
 
LG화학, 한화케미칼(009830), 롯데케미칼(011170)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주요 수출품은 PVC, PE,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제품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전체 수출양의 70%를 범용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의존도도 각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60%~70%선을 이루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PVC의 절반 이상이 건설과 관련돼 있어 최근 중국으로 수출이 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PVC 수출 물량이 지난 2007년부터 연평균 26% 증가하고 있고 특히, 중국으로 수출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석제 LG화학 사장(CFO)도 "미국산 PVC가 아시아로 유입되면서 범용제품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최근 중국산 PVC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이익률이 더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원가절감을 통해 극복하고 있어 1분기 지나면 이익률이 어느 정도 회복할 것"이라며 "셰일가스는 경쟁력은 중동에서 나오는 에탄과 비슷해 운임에 감가상각을 감안했을 때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2011년 아시아 석유화학 업계 순위(자료제공=LG경제연구원)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셰일가스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석유화학 특성상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 한다고 지적했다.
 
유기돈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셰일가스 생산이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석유화학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셰일가스 기반 에탄 크래커 설비 확대가 국내 설비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과 중국의 석유화학기업들이 지난 10년 동안 초대형 신규 설비를 다수 가동해 규모면에서 이미 한국 기업을 크게 앞질렀다"며 "한국 석유화학기업들에게는 기존 범용 석유화학사업의 수익력 약화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과 새로운 성장전략 모색이 시급하게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은 고흡수성수지(SAP),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 엘라스토머 등 고부가 특화제품의 비중을 늘려 경쟁력 확보할 것"이라며 "범용제품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가절감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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