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특정한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한 채 장중 수급에 좌우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전날 미국 양적완화 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대두하기 전까지는 대외적으로 큰 모멘텀이 없었고 국내 금융시장이 점차 대외 상황에 둔감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탓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주 환율이 제한적인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5원 내린 1084.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월요일(18일·종가기준 1078.3원)보다 6.4원 올랐다.
<주간 원·달러 환율 차트>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유지돼 온 환율 하락에 대한 일방적인 기대가 무너지면서 환율이 횡보세를 지속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8일 원·달러 환율은 역외 매수세와 엔화 하락으로 4.9원 상승했다.
주말에 발표된 미국의 지난 1월 산업 생산이 예상보다 부진한 수치를 기록하면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화 매수에 나섰다. 또 G20 재무장관 회의 후 채택된 공동선언문에 ‘엔저’에 대한 언급이 빠지면서 달러·엔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이 이에 연동돼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19~20일 이틀 연속으로 레벨을 끌어내렸다.
18일에는 달러·엔 환율이 하락했고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으로 수급상 매도 우위가 형상되면서 환율은 0.9원 하락했다. 이튿날에는 외환당국에 대한 경계심리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례적으로 환율 안정이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선제적,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발언했다. 이에 외환당국의 추가규제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2.7원 떨어졌다.
21일에는 전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일부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양적완화 정책의 변화를 주장했다는 소식에 환율이 7.7원이나 상승했다.
다만 여타 아시아 통화에 비해 원화의 절상폭은 제한적이었다. 월말 네고물량이 추가 상승폭을 제한한 데다 국내 증시와 환시 등 금융시장의 민감도가 둔화됐다는 분석이다.
이번주의 마지막 거래일인 22일에는 FOMC 의사록 공개의 여파로 상승 출발 했지만 수급상 매도가 우위를 나타내면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원 하락했다.
이주언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미국의 출구전략 모색이나 유로존 우려 등은 사실 이미 예상됐던 재료"라며 "외환당국의 규제에 대한 경계심이 하단을 견고하게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승 모멘텀 역시 강하지 않아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이번주 환율은 대외적 요인으로 시작가를 결정한 이후에는 수급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이었다"며 "글로벌 증시와 국내 코스피가 디커플링(비동조화)되는 형상이 짙어졌고 글로벌 환시 동향에 대한 민감도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다음주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탈리아 총선과 미국의 스퀘스터(자동 재정지출 삭감 조치) 발동, 일본중앙은행 신임 총재 선임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손 연구원은 "다음주 환율은 이탈리아 총선과 미국 시퀘스터 협상에 주목하며 방향성을 탐색할 것"이라며 "다만 장중에는 수급과 증시 동향, 주요 인사의 발언으로 출렁이는 경향성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홍석찬 대신경제연제연구소 연구원은 "다음주에는 대외 여건이 환율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은 1080 후반에서 1090원대 초반 사이에서 움직이며 네고물량 규모에 주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