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사진)의 인사청문회가 27일 국회에서 열렸다. '박근혜 정부 인사 중 가장 잘 된 인사'라는 세간의 평을 반영하듯 이날 오전 청문회는 비교적 무난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유 후보자는 문화부 내부 출신 첫 장관 후보자다. 1979년 문화공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문화관광부 차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이후 을지대 교수, 가톨릭대 한류대학원장을 역임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유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국민 개개인의 창의와 개성을 살리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청문회 도중 유 후보자는 "문화의 시대를 맞아 문화의 역할을 중요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문화콘텐츠 산업은 창조경제의 핵심이자 문화부가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에 대한 한류와 예술인복지 등 문화정책에 대한 의견, 탈세 및 전관예우 의혹 등 여러가지 사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재산형성 과정 및 탈세에 대한 의혹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질문은 재산형성 과정과 탈세에 대한 의혹이다.
먼저 문화부 차관 퇴직 이후 7년간 재산이 두배 늘어 15억이 된 배경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유 후보자는 "주된 측면은 아파트 평가액이 올라갔기 때문이고 차관 퇴직 후 받은 퇴직금, 부모님 사망시 들어온 부의금, 집사람의 저축, 공무원 퇴직 후 소득 증가와 지출 감소 등이 재산형성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유 후보자의 배우자가 마취과 의사로 일하면서 소득신고를 누락해 세금을 회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예전에 배우자와 동부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던 분들이 나중에 나가서 '리더스 치과'를 만들었는데 배우자는 그때 그곳에서 근무하지는 않았다"라며 "그곳에서 친목모임 비슷하게 인터넷 사이트 만들 때 이름이 올라갔고 배우자는 이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장인으로부터 1987년에 경기도 가평의 농지를 받았지만 등기이전은 외지인의 농지소유가 가능해진 2005년에 한 대목은 "감나무 밑에서 갓끈을 맨 격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그 땅에는 관심이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위장 전입 의혹에 대해서는 깨끗이 인정했다. 1988년 3월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아 1989년 8월 이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했지만 실제 거주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유 후보자는 "거주지와 주소지가 달랐기 때문에 위장 전입을 인정하고 그 부분에 대해 사과 드린다"며 "다만 자녀 취학, 농지구입, 투기 등의 목적은 아니었다는 것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관예우 문제
장관 후보자 발표 후 유 후보자는 전관예우 논란을 겪기도 했다. 문화부 차관 퇴직 후 경기관광공사를 비롯해 유관기관 10여 곳에서 비상임이사 고문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유 후보자는 "경기관광공사에서 제의한 자리는 거절했고 자문 역할 하는 고문직만 맡았다"며 "그곳에서는 수개월에 한번씩 10만원 정도 소득 올린 것밖에 없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보자가 여가디자인포럼의 대표로 지내는 동안 여가디자인포럼이 실적 없는 에어쇼 분야의 용역을 경기관광공사로부터 수주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 용역 맡을 수 있는 데는 아무데도 없다. 실적있는 곳이 현재 아무데도 없다"고 대답했다.
근무지 이탈 의혹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한양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다닐 당시 근무시간 중 수업 참여한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유 후보자는 "1999년에는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연수 중이었기 때문에 오후에는 수업 참석이 가능했다"면서 "시간을 변경해서 야간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정치적 편향성 해결 의지
지난 정권, 문화 부문의 기관장들을 대상으로 붙은 정파 시비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MB정권 초기에 김윤수 전 현대미술관 관장,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을 몰아낸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 후보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법원에서도 그렇게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랫동안 예술계에 몸담은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며 갈등 일으키는 것은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MBC 사장 해임 여부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해보겠다"면서도 "언론행정은 우리 소관이지만 김재철 사장 관련 내용은 문화부 소관사항이 아니어서 제가 직접 답변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문화정책
유 후보자는 문화부 장관 취임시 가장 중점을 두고 싶은 정책으로 문화예술교육과 문화향수권 신장을 꼽았다.
유 후보자는 "그동안 문화정책이 주로 창작자 위주였고 창의성 고양을 목표로 진행됐다"면서 "문화부 차관을 마치고 나갈 때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수단으로서의 문화가 있어야 하며 그런 방향으로 문화정책을 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피력했다.
문화재정 규모를 전체 재정의 2%로 확대하는 계획에 대해서는 "가능한 일이고 그렇게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중음악 전담기구를 독립적으로 설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데는 적극 공감하지만 모든 조직들에 다 개별 전담조직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적극 상의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음원수익료 상향 조정과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 후보자는 "소비자의 권리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저작권 교육을 병행하면서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유 후보자가 한류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청문회에서도 한류 진흥책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한류 지원에 있어서는 직접적 방식보다는 간접적 방식을 선호했다. 유 후보자는 "한류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류 확산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간접지원 하는 게 적당하다고 본다"며 "한류가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부가 관심 갖고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류의 장기적 플랜에 대해서는 "현재는 K팝과 K드라마에 한정돼 있지만 한국문화 전반에 퍼져야 한다고 생각. 한국 문화 전반으로 퍼져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류를 주도하는 드라마나 가요 분야의 스태프를 예술인복지법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한류가 산업쪽으로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컸지만, 그 이면에는 창작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며 "스태프를 배려해주는 정책이 이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