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앵커 : 박근혜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를 이루기 위한 카드인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 중 '가짜·탈세석유 근절'이 최근 화두입니다. 정부와 석유제품 유통업계는 가짜·탈세석유 '근절'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최근 각자의 잇속과 편의만을 위해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산업부 염현석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가짜·탈세석유 세금 탈루액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 네, 정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가짜·탈세석유 세금 탈루액 규모는 연간 3조7000억원입니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규모로 보고 있는데요.
가짜석유 이외에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주유소들의 부가세, 종합소득세 탈세액까지 더하면 최대 10조원까지 탈세 금액은 늘어납니다.
앵커 : 탈세 금액 10조원, 세금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 정부는 전국 휘발유, 경유 등을 판매하는 석유제품 판매소를 매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수급보고 전산화 시스템'을 가짜석유 근절책의 핵심으로 노상검상 강화, 국세청 가짜석유 단속 인원 증감 등의 대책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주유소협회 등 업계에서는 정부의 가짜석유 근절책 중 '수급보고 전산화'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앵커 : 정부와 업계가 수급보고 전산화 시스템에 의견대립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 먼저 수급보고 전산화 정책은 전국의 모든 주유소와 석유제품 판매소의 석유제품 이동량을 매일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으로 시범사업 기간을 걸쳐 오는 2014년 9월부터 시행 예정인 정책입니다.
업계는 '영업비밀 침해'를 이류로 들면서 수급보고 전산화 시스템을 시범사업조차 참여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주유소마다 석유제품 원가가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또 정유사로부터 2~4주에 한번씩 공급받는 석규유통업 구조상 현재 이뤄지고 있는 월단위 수급보고로 충분하다며 '수급보고 전산화' 시스템은 정부의 행정편의적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주유소 관계자들은 모니터링 시스템을 CCTV로 예를 들면서 정부에서 집안에 CCTV를 들여논 것과 차이가 없다며 자신들이 마치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정책으로 최소 연간 1조원의 세금 탈세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가짜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 등을 효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가짜석유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유에 등유를 섞어 파는 가짜경유를 예로 들어보면 주유소 등 석유제품 판매점에서 경유 100, 등유 100 만큼을 정유사에서 공급받았는데 판매점에서 경유가 150, 등유가 50 만큼 판매되면 등유 50을 경유에 섞어 팔고 있는 수상한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곳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앵커 : 수급보고 전산화 정책 이외에 가짜석유 근절방안에 다른 문제점은 없나요?
기자 : 수급보고 전산화 정책 이외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탈세석유 근절방안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주관부처에 관한 것입니다. 가짜석유를 놓고 지식경제부와 국세청이 안력싸움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짜·탈세석유는 결국에는 세금 추징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국세청이 주무부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식경제부는 가짜석유 근절방안의 핵심인 '수급보고 전산화' 정책이 지경부 주관이란 이유만으로 가짜석유 주무부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간 최대 6조원 가량이 탈세 되고 있는 주유소 등의 부가세, 종합소득세에 관한 사항은 국세청이나 지경부에서 파악조차 하고 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가짜석유 단속반은 "3000만원 가량의 부가세 등을 탈세한 징후가 있는 주유소를 국세청에 신고를 했지만 국세청에서 금액이 작다는 이유로 해당주유소를 조사하지도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 가짜석유 탈세뿐만 아니라 석유제품 전반적으로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군요.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 가짜석유나 석유제품 탈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유류세가 높은 유럽에서 가짜석유 관련 문제가 심각합니다.
특히, 영국은 한 때 전체 석유제품 유통량의 10% 이상이 가짜석유로 유통됐습니다. 영국은 유류세가 석유제품 가격의 60%를 차지하는데요. 리터당 1000원이 유류세로 부과되고 있습니다.
우리돈으로 10조원 가량의 세금이 탈세됐던 영국은 국세청 중심의 강력한 석유제품 유통망 관리시스템 운영과 함께, 수시로 노상검사를 통한 단속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석유제품 유통업자들은 국세청에 사전등록해야 함은 물론이고, 세부 공급내역 보고와 거래행위에 관련된 기록보존의무를 주유소 등에 부여해 매월 국세청에 신고해야 합니다.
국세청은 서류가 미비하면 경고 조치를 하고, 경고 조치가 3회 누적 되면 영업취소 처분을 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불시 노상검사 등을 통해 식별제 첨가 유무나 유통 관련 서류가 미비한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어 유통부문 단속과 예방을 강화했습니다.
유통부분의 강력한 대책으로 영국의 가짜석유 유통량은 최근 5년 새 4%로 줄었고, 이 과정에서 2조원 가량의 세금을 회수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유류세를 내려 가짜석유 제조 여건 자체를 없애 가짜석유 유통이 거의 근절됐습니다.
앵커 : 그렇다면 해법은 '유류세 인하'군요. 학계에서는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요?
기자 : 네, 맞습니다. 학계에서는 '유류세 인하'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의견에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영국과 일본의 경우만 비교하더라도 유통관리 강화만으로는 가짜석유 근절에 한계가 있습니다.
가짜석유 유통을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가짜석유 제조와 유통' 방법을 모두 예방하거나 단속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홍창의 관동대학교 교수는 "가짜석유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결국 비싼 유류세 때문으로 정부나 석유유통 업계가 무슨 대책을 내놓더라도 유류세가 인하되지 않는다면 가짜석유는 여전히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 네, 잘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